정치권 압박 의식했나...네카오, 본인확인제에 24시간 내 댓글 삭제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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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예 '오픈톡'에 본인확인제 적용
네이버·다음, 6월 뉴스 댓글 개편 예고

드라마 '닥터차정숙' 관련 오픈톡 /사진=네이버 캡처드라마 '닥터차정숙' 관련 오픈톡 /사진=네이버 캡처


네이버(NAVER (159,000원 ▲4,000 +2.58%))가 단체 채팅방 '오픈톡'에 본인확인제를 전면 도입한다. 본인확인제로 책임감 있는 댓글활동을 유도, 무분별한 홍보나 스팸 메시지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6월 12일부터 드라마·예능 등 방송프로그램 관련 오픈톡에 본인확인제를 적용한다. 아이핀이나 휴대폰번호로 본인인증을 거친 아이디만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한 집중적인 스팸 댓글 생성 등 어뷰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근원적인 해결 방안으로 본인확인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오픈톡에 본인확인제를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먼저 오픈톡을 선보인 네이버 스포츠에서 지난 연말 본인확인제를 적용했다. 해외 스포츠 종목을 중심으로 불법 무료 중계나 스포츠 도박을 홍보하는 스팸 댓글이 증가해서다. 이 중 대다수가 해외에서 생성된 신원 불명의 아이디인 만큼 본인확인제로 '가짜계정'을 가려내겠단 것이다.

네이버는 "오픈톡에 본인확인제를 적용할 경우 절대다수의 스팸 생성이 사전에 차단되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본인확인제로 욕설·비방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본인확인제는 실명제가 아니어서 주민등록번호가 저장되지도 않는 데다, 기존처럼 익명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20년 뉴스 댓글에도 본인확인제를 도입했지만, 욕설·비방 문제는 여전하다. 더욱이 연예·스포츠는 악성댓글 피해를 호소하는 연예인·선수가 늘면서 뉴스 댓글 자체가 폐지된 분야다.

자칫 과거의 악몽이 연예·스포츠 오픈톡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오픈톡에도 '클린봇'이 적용돼 욕설·비방을 숨김 처리하고 있다"라며 "아직 오픈톡에서 과거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다음, 6월부터 뉴스 댓글 개편…총선 의식했나
/사진=다음/사진=다음
네이버는 6월 1일부터 뉴스 댓글 서비스도 개편한다. 운영규정을 위반해 댓글 서비스 이용이 정지된 이용자는 프로필에 해당 상태를 노출한다. 악플러라는 사실이 아이디를 클릭했을 때 프로필에 뜨는 셈이다. 또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댓글을 조작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댓글 이용 제한을 해제할 때도 '퀴즈풀기' 같은 추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용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손질에 나선 것으로 본다. △댓글 작성자의 프로필 공개 △뉴스 댓글 본인확인제 적용 △AI 필터링 고도화 등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기능이어서다. 최근 '트렌드 토픽'이 실검 부활로 여겨지는 등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가 정치권의 표적이 된 만큼, 여론 관련 서비스 재정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포털 다음도 내달 새로운 뉴스댓글 서비스를 예고했다. 기존에 게시판 형식의 댓글 시스템은 일부 이용자의 댓글이 상단에 노출돼 여론을 과잉 대표하거나, 사생활 침해 및 인격모독 등 부적절한 댓글이 계속 남아있는 문제가 이어졌다. 이에 다음은 실시간 소통에 초점을 둔 댓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다음은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카카오톡 오픈채팅처럼 실시간 채팅 형식의 댓글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본다. 24시간이 지나면 해당 댓글창이 사라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털 단속'이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만큼, 포털 업체도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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