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환이 작품을 쉬지 않는 이유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5.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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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달'의 최기현(공정환)은 아내 유이화(김서형)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한 조각으로 여긴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도 하기 힘든 말을 아내에게 거침없이 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아내를 귀찮게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공정환은 최기현과 전혀 달랐다. 그와 함께한 인터뷰는 내내 웃음이 가득했고, 모든 답변에는 감사와 존중이 깔려 있었다.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유이화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벌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담아낸 서스펜스 드라마다. 공정환은 유이화의 남편 역할을 맡았다. SH그룹 부장 최기현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전형적인 졸부다. 아내를 하대하고 함부로 대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자들에 대한 열등감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리딩했어요. 처음에는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존대말이었어요. 아내와 십 몇년 동안 살고 아이도 없는데 존대말을 계속 쓰면 시청자분들이 보기 힘들 것 같았어요. 감독님, 작가님께 양해를 구하고 존대말과 반말을 번갈아 가며 썼어요. 그런 뉘앙스 때문에 더 나빠 보이게 나온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감정을 싣지 말라고 해서 정말 감정을 하나도 안 넣었어요. 그런 부분이 시청자분들께 더 나쁘게 다가간 것 같아요."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이화를 대하는 기현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제대로 이끌어냈다. 많은 시청자들은 최기현의 모습에 이를 갈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그리고 악역에게 욕을 한다는 건 배우를 향한 극찬이기도 하다. 최기현이라는 캐릭터를 구현해 낸 공정환의 모습이 그만큼 사람들을 몰입시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정환은 "너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유튜브 등에서 반응을 보니 나쁜 말을 되게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욕할 대상이 돼서 다행이에요. 다음에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공정환과 김서형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2016년 tvN '굿 와이프'에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공정환이 김서형에게 대시를 하는 입장이었지만 '종이달'에서는 전혀 다른 관계로 만났다.

"'굿 와이프'에서는 제가 쿨하고 프레시한 남자여서 재미있고 즐겁게 다가갔어요. 그때의 연기와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종방연 때 '선배님 나중에 멜로 한 번 하시죠'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종이달'이 나왔을 때 너무 좋았어요. 감독님도 '60일, 지정생존자'로 함께 했던 감독님이라 선택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 서형 선배님, 스태프 분들과 20~30분 회의를 하고 찍었어요. 느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찍었던 것이 감정적으로 화면에 잘 찍힌 것 같아요."


다만, 기현과 이화의 관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멜로'는 아니다. 공정환 역시 "코미디처럼 재미있는 멜로를 하고 싶어요. 몇 개월 동안 기현과 이화로 만나다가 최근 '굿 와이프'의 한 장면을 봤는데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고 약간의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극 중 기현은 차갑고 무미건조한 인물이지만, 공정환은 "실제로는 와이프 말과 애들 말을 잘 듣는 편"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도 유쾌하고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종이달'의 최기현과 최근 종영한 '판도라'의 조 실장 등 공정환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대부분 악역이다.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도 있지만 공정환은 오히려 작품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고 밝혔다.

"큰 부담은 없어요. 저는 작품을 쉬면서 이미지를 바꿔가기보다는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바꿔나가는 편이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같은 악역이더라도 조금씩은 다른 연기를 하려고 해요. '판도라'의 조 실장은 몸을 쓰는 장면이나 외적인 부분에서 악역을 대변했다면, 기현은 감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만 악역은 아니잖아요. 단지 이화를 주무르고 싶었을 뿐이죠. 그런 차이를 뒀어요."

공정환은 "지금도 들어오는 건 다 진지한 나쁜 놈"이라고 인정했다. 물론 작품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지만 그렇다고 악역이 아닌 다른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수와 모델을 거쳐 배우가 된 지금의 자신처럼 코미디, 멜로, 가족물 등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안 불러주세요. 저는 오디션 보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진짜 악역도 해봤다고 볼 수 없어요. 진짜 악역도 해보고 싶고 가볍게 풀어지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또 관계자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역할을 많이 주시는데 이제는 삼촌, 젊은 아빠가 아니라 그냥 아빠 역할도 해볼 시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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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품을 쉬지 않으며 배역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다고 밝힌 공정환은 "촬영이 없을 때는 오히려 힘들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쉬지 않으려고 해요"라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강조했다. 실제로 공정환은 상업적 작품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도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배터리를 충전만 하고 쓰지 않으면 최대용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활동을 쉬는 것이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꾸준함은 앞으로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예전에도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일흔 살까지 백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일 년에 네 작품을 쉬지 않고 하는 게 목표에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관심을 받는 작품에 나가는 것도 좋지만,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충실히 임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가져주는 관심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지만 응원해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건 너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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