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1Q 실적 '흠'…매각엔 오히려 낫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5.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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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사진=김훈남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헬싱키·르아브르 호. /사진=김훈남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HMM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채권단이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저운임에 따른 업황과 실적 악화가 오히려 매수자를 찾기에 나은 환경이라고 본다.

HMM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조816억원, 영업이익 3069억원을 나타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58%, 90% 감소한 수치다. 증권가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다. 당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매출 2조3835억원, 영업이익 6580억원을 예상했다.



HMM은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지만 인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10일 매각 자문 회의를 시작으로 HMM의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 포스코홀딩스 등 유력 인수 후보 기업들은 인수 의사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급격히 오른 HMM의 몸값이 인수·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진다. 현재 HMM의 몸값은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20.69%)과 해진공(19.69%)의 지분가치는 4조원 수준이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두 곳의 보유지분은 70%를 넘는다.



업황마저 부진하면서 인수자의 부담이 더 커졌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1월 5109.6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2011년부터 9년간 적자에 시달렸던 HMM은 2020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9조9516억원에 달했다. 분기마다 기존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운임이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적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적·운임 정상화가 HMM의 매수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질수록 몸값만 더 비싸진다"며 "몸값이 너무 오른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업황이) 나쁠수록 사기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HMM의 경우 친환경·초대형 선박을 갖춰 불황에서도 생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임 자체도 여전히 코로나19 전보다 높아 예전처럼 적자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으로, 당장 인수 이후에도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장기계약 운임지수인 제네타해운지수(XSI)는 지난달 309.1포인트로 이는 2019년 4월(104.4포인트)에 비하면 3배 높은 수치다. 북유럽~지중해 노선의 지난 3월 운임은 1FEU(40피트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당 1312달러다. 코로나 기간 최고치보다는 12% 하락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82% 상승했다. 중동은 47%, 미 동부는 31%, 남미 동안은 96% 올랐다. 극동의 경우 유일하게 내림세를 보였지만 분기 기준 하락폭은 3%에 그쳤다.


업황과 실적보다는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처리 방안이 인수자를 찾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으로 전환할지, HMM이 직접 상환할지에 따라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주식 전환 시 지분이 너무 높아져서 매각이 쉽지 않을텐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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