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1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리터당 1,585원과 1,475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3.5.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공공요금, 설탕·돼지고기 등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기름값은 믿을 만한 물가안정 카드인 셈이다. 다만 세수 여건이 악화된 터라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내 기름값은 3~4주 만에 크게 내려오는 모습이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4일(1665.63원) 대비 약 30원, 경유 가격은 지난 19일(1547.54원) 대비 약 70원 하락했다.
12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70.04달러다. 한 달 전(12일 83.26달러)보다 15.8%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 유종인 두바이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기준 배럴당 74.01달러로 한 달 전(12일 86.53달러) 대비 14.5% 떨어졌다.
이러한 국제유가 추이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당분간 국내 기름값이 안정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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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름값은 우리나라의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품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동월 대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16.4% 하락하며 전체물가를 0.90%포인트(p) 끌어내렸다.
다만 이날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단행한 데다 설탕 등 가공식품,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기름값은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변수다. 정부는 8월 말까지 경유 37%(212원), 휘발유 25%(204원) 등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다.
9월부터는 인하폭을 축소할 것이 유력하다.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세수 손실이 커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원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선 세수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지난 1분기(1~3월) 전체 국세수입이 전년동기 대비 24조원 줄어들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배럴당 120달러대에 도입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80달러 선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지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탄력세율은 유가가 낮춰졌을 때는 정상화하고 다시 높아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