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발생에서 보듯 새로운 감염병 발생 주기가 계속 짧아지고 있다"며 "심지어는 2~3년 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후 4년 뒤인 2013년 조류독감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했다. 1년 뒤 2014년에는 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했다. 2014년 한 해에만 2만8715명이 감염됐고 약 75% 환자가 사망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유행했다. 세계보건기구 추산에 따르면 2015~2018년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약 80만 명이다.
오르토믹소바이러스에 속하는 인플루엔자가 다음 팬데믹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 청장은 "다음 팬데믹을 유발하기 쉬운 감염병 병원체로는 대부분 예상하는 게 조류독감을 포함한 인플루엔자다"고 말했다. 전문가 예측도 인플루엔자를 미래의 'DiseaseX'(미지의 감염병)로 지목한다.
피츠버그대학 공중보건대학원 학장을 역임한 바이러스 학자 도널드 버크는 팬데믹을 유발할 바이러스 조건으로 △인류 역사에서 최근 전 세계적 유행을 일으킨 적이 있어야 하며 △인간이 아닌 동물 집단에서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 △돌연변이를 통해 인간 집단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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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는 1918년 이른바 '스페인 독감'으로 악명을 떨쳤다. 2년간 전 세계에서 유행하면서 약 5000만명이 사망했다. 1957년 발생한 H2N2 인플루엔자는 중국 등 아시아에서 유행해 약 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1968년 H3N2 인플루엔자는 약 1억명을 감염시키고, 100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는 163만2258명을 감염시켰으며 치명률은 1.2%에 달했다. 2013년 H7N9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전염된 적이 있는데 1622명이 감염됐다. 약 600명이 사망해 39% 치명률을 보였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큰 유행을 일으켰던 인플루엔자는 10~40년 간격으로 있었다"며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3년 정도가 지났으니 확률적으로는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등장할 시기가 돼 간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