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재미 삼아 '챗GPT'에 산업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차이점 3가지를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나름 명료하게 정리해준다. 첫째는 생산방식의 변화. 산업 시대는 물리적 자본, 에너지에 의존하는 대량생산이었고 디지털 시대는 기술이나 데이터에 기반을 둔 지식 및 서비스 산업이 확산하고 있다. 둘째는 소통과 협업방식의 변화. 정보전달과 공유에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있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발전으로 실시간으로 글로벌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셋째는 고용구조와 역량요구의 변화다. 산업 시대에는 물리적 노동력과 숙련기술에 의존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다양한 전문기술 능력이 요구되며 일자리 대부분이 서비스, 지식, 창의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그것은 인간적 감성에 기반해 느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낭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라며 아재 감성에 젖어 추억하면서 지나간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디지털기술이 우리 감각과 경험을 확장해주고 새로운 삶과 문화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 대한 경이로움과 기대감이 먼저다.
디지털기술이 가져다주는 건 자연인인 인간이 느끼기 어려운 새로운 차원의 경험이고 감각이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제한적인 인간의 감각을 확장해주는 증강현실(XR)이며 더 생생한 경험을 가능케 해주는 마법 같은 과학이다. 편리한 앱 덕분에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가령 코딩을 잘 몰라도 노코드, 로코드앱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디지털기기, 어떤 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리 보이고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매일 사용하는 디바이스와 앱이 그 사람의 취향과 경험을 만들어준다.
19세기 산업 시대의 '맛의 생리학'(미식예찬) 저자인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뭘 먹었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말했다. 21세기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당신이 어떤 디지털기기와 앱을 사용하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