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한 사이버 보안업체 대표는 최근 보안업 홀대현상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고 사이버 보안 위협도 덩달아 커졌지만 국내에서는 보안기업이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조 단위 시총인 사이버 보안 종목이 아예 없다. 시총 1위가 안랩(약 6200억원)인데, 창업자인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널뛰기해 테마주가 됐다. 안랩과 윈스(약 1700억원)를 제외하면 파수, 지니언스, 라온시큐어, 이글루, 파이오링크 등 업력이 오래된 사이버보안 종목은 죄다 1000억원대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시장규모 차이를 감안해도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나마 국내 상장사나 대기업 계열사 등은 사정이 낫다. 국내 정보보안 기업 669개사의 93%가 자본금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669개 전체 매출은 2021년 한 해 4조5497억원, 같은 해 글로벌 사이버 보안 시장(약 177조원)의 2.6% 수준이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해커들과 연일 일전을 벌이며 기술력을 가다듬어온 한국보안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이와 관련 윤석열 정부들어 '국가 사이버 안전망 구축'을 공약하며 경직된 보안관련 규제 완화와 인력양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반전됐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자금줄은 여전히 말라붙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오랜 보안업 디스카운트로 인해 기술 사업화나 원천기술 확보, M&A(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동범 KISIA(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은 "국내 정보보호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중소 정보보호 기업에 '정부주도의 적극적 자금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지가 외부에 나타나면 민간 투자기관들도 따라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