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이 흔하다는 미국에서도 소년 마약은 충격적이다. 특종에 눈먼 사이비 기자가 자기 이름을 알리는 가짜기사 소재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소설이라고 믿고 싶은 소년 마약 사건이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16살 미성년자가 SNS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마약을 접한 뒤 동네친구, 학교친구 등에게 권유해 중독시킨 사실이 지난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브리핑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말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정도면 조만간 우리 신문에 '지미의 세계'와 같은 기사가 가짜뉴스가 아닌 실제 사건으로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미 마약은 위험 부담 없이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돼버렸다. SNS 등 익명으로 거래할 수 있는 통로는 넓어지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제조법으로 만들 수 있는 신종 마약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인프라 구축을 게을리한 결과다.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은 도처에 마약이 뿌리내려 있고, 다른 범죄와 쉽게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약이 흔해진 세상에서 마약에 대한 호기심은 파멸의 충분조건이다. 마약사범 3명 가운데 1명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대다가 붙잡힐 정도로 재범률이 높다. 한번 발을 내디디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소년기에 마약을 접할 경우 개인과 사회의 해악은 커진다. 마약은 인간의 미래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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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닥친 문제 가운데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아이 한 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보다 태어난 아이를 잃지 않고 제대로 키우는 게 더 중요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또 마약은 그 확산 속도만 보자면 기후변화보다 심각한 문제다. 마약은 미세먼지보다 해롭다. 하지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매년 1조원 넘게 쓰면서 검찰 마약 수사 예산은 44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마약 퇴치를 놓고는 지역감정도 없어야 하고, 젠더·이념 갈등도 없어야 한다.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마약 수사는 물론 마약의 해악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하고 치료·재활 시설을 확충하는 데 여와 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게 우리의 미래가 붕괴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