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우조선 M&A '조건부 승인'…"함정 입찰시 경쟁사 차별 금지"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04.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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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4.25.[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4.25.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함정(수상함·잠수함) 입찰 시장에서 경쟁 조선사가 차별받을 수 있다고 봤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보다 경쟁 조선사에 부당하게 높은 부품 견적 가격을 제시하지 않도록 하는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한화 5개사(이하 한화)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시정조치 부과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한화는 대우조선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식 49.3%를 취득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을 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다른 시장에선 경쟁 제한이 발생할 우려가 없지만 함정 시장은 다르다고 봤다. 한화가 함정 부품(한화)에서 함정 건조(대우조선)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화는 주요 함정 부품 13개 중 10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64.9~100%에 달하는 1위 사업자다. 대우조선은 수상함 시장 점유율 25.4%의 2위 사업자이자 잠수함 시장 점유율 97.8%의 1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수상함·잠수함(이하 함정) 입찰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경쟁사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에 주목했다.

국내에서 함정의 유일한 구매자는 정부다. 방위사업청이 조선사를 대상으로 입찰을 거쳐 구매한다. 조선사가 입찰을 따내기 위해선 함정에 장착되는 주요 부품(레이더·함포·발사대·엔진 등)의 품질·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함정 부품 시장에서 강한 지배력을 가진 한화와 협업이 필수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함정 부품 시장과 함정 시장에서 '구매선 봉쇄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구매선 봉쇄효과란 함정 건조업체가 함정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거나 구매 조건 등이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한화가 대우조선에 경쟁자 대비 유리한 부품 정보를 제공해 입찰 제안서 작성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가 대우조선 경쟁사에 부당하게 높은 견적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한화가 대우조선 경쟁자의 함정 관련 영업비밀을 얻어 대우조선에 공유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4.25.[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4.25.
공정위는 이런 점을 고려해 방사청이 발주하는 함선 입찰 관련 △함정 부품의 견적가격에 관해 대우조선과 경쟁 함정 건조업체 간에 부당하게 차별해 제공하는 행위 △함정 건조업체가 입찰 제안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함정 부품의 기술정보를 방사청을 통해 요청했음에도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업자로부터 취득한 함정 부품 또는 함정 관련 영업비밀을 해당 경쟁사업자 동의 없이 내부(한화·대우조선)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시정조치는 최근 5년간 한화의 평균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10개 함정 부품시장 중 함정 건조업체가 부품을 구매하는 도급시장에 적용된다. 한화는 3년간 시정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공정위에 반기마다 시정조치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이 지나면 시장 경쟁 환경, 관련 법·제도 등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방위산업 시장의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라며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 제약이 있음에도 경영 실적이 악화된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 및 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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