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챗GPT 모먼트', 우리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2023.04.21 05:30
글자크기
#"아이팟, 전화기, 인터넷통신기기. 3가지는 별도 기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의 기기입니다. 우리는 '아이폰'이라 부릅니다. 오늘 애플은 휴대폰을 재발명합니다."

2007년 1월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행사장.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이렇게 세상에 아이폰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공식 출시된 아이폰은 모바일 시대를 활짝 열면서 인류의 일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른바 '아이폰 모먼트'(iPhone Moment)다.



25년 만인 올해 AI(인공지능)의 '아이폰 모먼트'가 시작됐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LLM(거대언어모델) 기반의 대화형 AI 챗봇 '챗GPT'가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다.

챗GPT 열풍은 2016년 알파고 충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 인간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에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전 세계는 경악했다. 하지만 알파고를 비롯해 그동안의 AI는 사실상 연구목적이었다. 기술적 성과는 놀라웠지만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챗GPT는 달랐다. 질문을 하면 사람이 쓴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답을 내놓았다. 두 달여 만에 무려 1억명이 이를 직접 체험했다. 앞으로 AI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바꿀지를 목격한 것이다. 챗GPT가 AI의 일상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간의 언어마저 자유자재로 조작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갖춘 AI의 등장은 놀라움을 넘어 공포감을 던져준다. AI발 디스토피아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미래연구소'(FL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등을 앞세워 오픈AI의 차세대 모델인 'GPT-4'를 능가하는 AI시스템의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하고 안전협약을 만들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AI를 규제하려는 유럽연합, 미국, 중국 등 각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그렇다고 챗GPT가 촉발한 AI 모먼트에 제동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AI 기술혁신은 각국 정부가 아니라 수익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주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선을 잡았다.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 검색엔진 빙과 오피스 프로그램들에 챗GPT를 적용했다. 이에 맞서 구글은 챗GPT의 대항마로 '바드'를 출시했다. 아마존과 메타도 호시탐탐 입지확대를 노린다.

챗GPT 훈련에는 1만개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사용됐다. 엔비디아 GPU A100의 가격은 개당 1만~1만5000달러(약 1300만~1950만원)에 달한다. 오픈AI는 GPT-4 훈련에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투입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실탄은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글로벌 빅테크 중심으로 AI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아이폰 모먼트' 당시 우리 기업들의 선택은 현재의 AI 모먼트 대응전략 수립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삼성전자는 피처폰(일반 휴대폰)의 기득권을 버리고 스마트폰 혁신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초기 애플과의 제품력 차이로 굴욕도 겪었지만 이후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로 군림하며 애플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전자는 피처폰 세계 3위 도약의 달콤함에 빠져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다 결국 휴대폰사업을 접었다.

AI라는 새로운 게임체인저의 등장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챗GPT는 "한국 기업들이 AI 시장에서 기존 산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AI반도체, 한국어의 특성에 기반한 자연어처리, 게임 등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두려움이 아닌 자신감을 갖고 AI 혁신의 파도에 올라탈 때다.

[송정열의 Echo]'챗GPT 모먼트', 우리의 선택은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