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략' 뺀 우리은행의 파격 실험…"영업에 집중"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김세관 기자 2023.04.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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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는 전략, 영업은 자회사' 임종룡 회장 경영방침…지주 영향 커질

[단독]'전략' 뺀 우리은행의 파격 실험…"영업에 집중"


우리은행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부서가 사실상 사라졌다. 경영기획그룹 내 전략기획부 핵심기능이 통폐합됐다. '자회사는 영업에 집중한다'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방침에 따른 조직개편이다.

20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우리은행 경영기획조직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경영기획그룹 아래 부서 가운데 전략기획부를 기획조정부로 바꿨다.



기존 전략기획부 산하 팀은 통폐합되면서 5개팀에서 3개팀으로 줄었다. 경영전략팀·조직관리팀이 기획관리팀으로, 조직관리팀·혁신지원팀이 기획조정팀으로 흡수됐다. 전략사업추진팀은 없어졌다.

인력도 줄었다.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에 따라 기존 전략기획부 직원의 약 41%가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주로 경영전략팀과 혁신지원팀에 근무하던 실무진이 은행 내 영업 관련 부서로 재배치됐다.



부서 명칭에서 '전략'이 빠지고 '조정'이 붙은 만큼 기획조정부는 경영계획 관리·지원, 조직관리·운영 효율화 등을 전담한다. 각각 기획관리팀, 기획조정팀이 맡았다.

실제 업무분담규정이 개정됐다. 기획조정부의 업무는 기존 '전행적인 경영혁신 및 경영개선관련 기획, 추진'에서 '전행적인 경영혁신 및 경영개선과련 추진, 지원'으로 바뀌었다. '기획' 대신 '지원'하는 역할로 바뀐 셈이다.

조직개편 당시 기존 전략기획부 직원들도 '지주가 은행 전략 과제를 발굴하고, 은행은 이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취지로 안내받았다.


이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세운 '원칙'에 따른 조직개편이다. 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부터 '지주는 전략, 자회사는 영업'이라는 방향을 강조했다. 지주와 은행간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실험적인 형태의 조직개편"이라며 "대부분의 지주는 자회사가 전략을 세우면 지주가 이를 관리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와 은행 사이 소통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머리'인 전략·기획 기능이 없는 금융회사 자회사가 너무 파격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부분 은행은 내부에 전략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주들이 공통적으로 전략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건 맞지만, 자회사와의 조율 또한 중요하다"며 "지주가 중장기 또는 연간 경영 계획을 세우면 자회사 전략 부서가 이를 반영해 내부 상황을 반영해 개별 전략을 세우고, 지주는 다시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주 입김도 강해질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기본은 영업이지만, 전략·기획 역시 핵심 부문"이라며 "자유로운 사업 추진에 제약이 생길 수 있고, 지주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전략기획 기능을 효율화·슬림화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획조정부 아래 기획관리팀과 기획조정팀에 기존 전략기획부의 전략 기능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큰 전략을 지주가 세우고 자회사는 개별 전략을 짜는 전체적인 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있다"며 "지주의 전략 수립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은 맞지만, 자회사와의 소통·자회사 사이 시너지 창출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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