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의 GRC센터장(대정부 컨설팅 센터장)을 맡고 있는 홍정석 변호사(46·변호사시험 1회)는 "기업이 법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기업활동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입법 과정에 개별 업체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해 시공사로 다수의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회사의 자산총액을 산정할 때 특정 사업만을 위해 단기간 설립되는 PFV(프로젝트금융투자사) 등 명목상 회사의 자산총액이 합산, 과대평가돼 시공사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과도한 규제를 받는 사례를 시정하기 위한 입법컨설팅에서 주목할만한 결과를 냈다.
환경·노동·산업안전 규제처럼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입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핀테크 산업이나 헬스케어, 친환경 등 신산업에서 정부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정책입법도 기업들의 관심사다. 최근에는 법률과 시행령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법률뿐 아니라 대통령령·총리령·부령·조례·규칙 등에 대한 대응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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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혀 신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새로운 입법을 설득하는 것도 로펌 입법컨설팅팀의 역할이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규제 문턱이 낮아질 조짐을 보이는 원격의료와 바이오 산업 지원 입법 분야에서 자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원혁 대륙아주 변호사는 "신산업에 대해 규제를 만들 때 이전에 없던 규제가 생기기 때문에 경영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기존 법안의 개정안을 마련할 때는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법안에 대해 개별기업이 규제 대상일 경우 영향을 줄이도록,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개별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도록 논리를 짠다"고 전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법을 만들고 나면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로펌에서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자문하면 뒤늦게 법을 고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인들이 1~2개월 전부터 로펌을 통해 예행연습을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로펌마다 예상질문을 뽑아 답변을 준비하고 실제 질문지를 확보해 제공하는 몫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정석 변호사는 "국감에서 기업인의 국감 증인 출석, 자료 제출 요청이 많은데 영업비밀이나 핵심기술이라 제출하면 안 될 자료일 경우 이에 대한 소명을 돕는 등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