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큼 남성에게도 성호르몬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꼭 써야 하는 '치료제'다. 하지만 여성호르몬만큼 남성 호르몬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갱년기 증상을 애써 무시하거나 숨기기 일쑤다. "전립선암의 위험이 커진다" "심혈관질환자는 금기다"처럼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과 관련한 편견도 만연하다. 남성 호르몬 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임신 계획 있는 남성은 호르몬 피해야 한다? O남성은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순으로 신호를 전달해 남성 호르몬의 분비량을 조절한다. 남성 호르몬이 줄면 뇌의 시상하부가 이를 인지해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여기에서 나온 황체형성호르몬(LH)과 여포자극호르몬(FSH)이 고환에 작용해 최종적으로 남성 호르몬을 늘린다. 만약 외부에서 남성 호르몬을 주입하면 뇌도 굳이 일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체내 남성 호르몬이 줄어도 고환 기능이 퇴화해 충분한 성호르몬이 나오지 않고, 덩달아 고환이 담당하는 정자 형성 기능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남성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배우자와 함께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은 꼭 필요한 경우라면 융모생식샘자극호르몬(hCG) 주사를 쓸 수는 있다. LH, FSH처럼 고환에 작용해 남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인데 일주일에 3회씩 맞아야 해 시간적·경제적인 부담이 따를 수는 있다.
전립선암 위험이 커진다? X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 자체가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을 발생, 악화시킨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다. 오히려 전립선 조직 내 남성 호르몬이 충분치 않으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돌연변이가 더 자주 일어난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을수록 외부에서 호르몬을 주입할 때 일정 기간 전립선에 영향(PSA 수치 상승, 전립선 크기 증가)이 나타나는 건 맞다. 하지만 이내 성호르몬이 정상 수준에 도달하면 전립선 내 남성 호르몬 농도가 포화상태가 돼 더 이상 전립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를 '전립선 포화 이론'이라 한다. 과거에 절대 금기였던 전립선암 환자도 암을 완치한 후 1년이 지나면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다만, 숨은 전립선암이 있을 땐 남성 호르몬이 암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면밀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혈액이 끈적해져 위험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오히려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경우 대사증후군을 유발해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최근 6개월 이내에 심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받았거나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심부전, 조절되지 않는 부정맥 등을 앓는 환자는 남성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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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와 병용하면 안 된다? X남성 호르몬은 성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갱년기 증상도 성 기능과 관련한 성욕 감퇴, 발기부전 등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이때 필요하면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용량만 잘 지키면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반대로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남성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하면 평생 치료해야 한다? X남성 호르몬이 정상 수준까지 도달·유지되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되레 남성 호르몬이 충분한데도 외부에서 주입하는 것은 의존성을 높일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비만을 방지하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식이 요법은 남성 호르몬 수치를 상승,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달리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남성 호르몬의 원활한 분비에 도움이 된다. 특히 활력 증진을 위해서는 체중 감량, 심폐기능 강화 효과가 두드러지는 유산소 운동이 도움 된다. 흡연과 음주는 피하고 적극적으로 성생활에 나서는 것도 남성 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도움말 = 양대열 강동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박민구 서울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