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시장 격변에 남겨진 11번가..."확장 경영 계속"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3.04.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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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시장 격변에 남겨진 11번가..."확장 경영 계속"


큐텐의 위메프 인수로 국내 e커머스들의 합종연횡이 일단락되면서 11번가만 선택의 기로에 남았다. 당초 계획한 IPO(기업공개) 일정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외부 투자 유치를 언급하면서 매각 가능성도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이다. 11번가는 거래액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10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IPO 시장 한파에도 불구하고 11번가는 오는 9월까지 상장한다는 계획을 유지 중이다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 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 심사 승인, 상장까지 4~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야 한다.



올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e커머스들은 상장을 중도 포기한 상태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도 지난해 투자자들과 상장 연기에 합의했다. 11번가도 투자자들과 연기를 논의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도 논의 중이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을 80.3% 보유한 최대주주다.



다만 큐텐이 최근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위메프까지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e커머스 업계가 재편된 데다 11번가는 이들 대비 기업 규모가 커 인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의 지분의 장부가는 약 1조원이며,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기준 지분가치는 2조2000억원이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큐텐도 현금이 아닌 지분 교환을 통해 위메프를 인수해 e커머스 매각주체들이 실제 현금을 손에 넣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일단 몸집을 키워둔다는 전략이다. 여타 e커머스들이 적자폭 줄이기에 힘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11번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급증한 789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직매입 기반 익일배송서비스 슈팅배송을 출시한 영향이다. 오픈마켓은 판매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 반면 직매입은 물건값을 고스란히 매출에 반영할 수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1515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두배가 확대됐다.

올해도 이런 확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2월 신선식품 산지 직배송 '신선밥상', 3월 명품전문관 '우아럭스'에 이어 이달에는 중고 전문 버티컬 서비스인 '리퍼블리'를 개관하며 버티컬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해 아마존, 애플 브랜드관 등에 이어 신규 서비스를 통해 거래액을 키우고 있다"며 "상장 연기 등은 결정된 바 없으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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