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열리자 삼전 폭풍매수…최악 실적에도 "감산한다" 주가 불기둥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4.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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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가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급등 중이다. 잠정 영업실적 공시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감산(생산량 감소)을 공식화하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이 유입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면서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7일 오전 11시15분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2500원(4.01%) 오른 6만48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실적 발표 후에 장이 열리자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 초반부터 높은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강세에 다른 반도체주도 상승세를 보인다.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는 전날보다 4400원(5.25%) 오른 8만82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외에도 반도체 관련주인 한솔케미칼 (192,300원 ▲2,800 +1.48%), 동진쎄미켐 (44,050원 ▲1,200 +2.80%), 솔브레인 (297,000원 ▲8,500 +2.95%), 피에스케이 (30,050원 ▼50 -0.17%), 유진테크 (53,800원 ▲1,000 +1.89%), 한미반도체 (137,200원 ▲700 +0.51%) 등이 일제히 강세다.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대비 대폭 악화된 실적을 내놨다.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63조원,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75% 줄어든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로 1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내고 "IT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됐다"며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고객사의 재고 조정,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는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감산 결정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연구개발) 비중 확대 외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반도체 업황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감산으로 재고가 감소하고 반도체 가격이 반등해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점차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1등 기업이 감산을 결정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반등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질 것"이라며 "수요와 무관하게 낸드(NAND)는 올해 3분기, 디램(DRAM)은 3분기 후반에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선두 업체의 적극적인 감산 기조가 더해질 경우 메모리 업황 회복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1분기 메모리 판가 하락 폭은 전 분기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램 공급사들의 재고는 올해 1~2분기 정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기반의 재고 재축적 수요와 공급 제한 효과가 발현되며 3분기를 저점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경쟁사들의 보수적인 투자 및 실적 전망으로 업황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물량 감소도 긍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반도체 업체의 잇따른 감산 결정이 사업 모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감산의 진검승부는 내년"이라며 "내년 투자도 줄이고 있어 당장 이번 분기 또는 다음 분기 적자를 고민하기보다 산업의 중요한 변화를 생각해볼 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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