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
요즘 의료계를 이 한 마디로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의료계가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때가 또 있었던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는 일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료원 수십곳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일부 진료과를 폐쇄했다. 최근 대구에선 10대 청소년이 치료해 줄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요지부동이다. 국민들은 원하지만 의사단체는 "국민들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안된다"고 하는 셈이다.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공백을 메울 첫 단추로 의대 정원 확대가 거론되지만 첫 단추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고 있는 양측의 명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다"로 동일하다. 명분은 같지만 해법은 정반대다. 양측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된다고 알려진 날엔 반대하는 쪽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연다. 또 간호사들은 간호법을 제정하라며 맞불 집회로 응수한다.
응급구조사의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엔 임상병리사들이 반기를 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응급구조사는 응급실에 도착하지 전까지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심전도 측정은 응급실 내에서 임상병리사들이 하던 일이다. 응급구조사는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업무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임상병리사들은 응급구조사가 해당 업무를 할 경우 환자의 안정과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의 갈등의 명분도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것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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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해서"라며 싸우는 이들 때문에 정작 국민의 건강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난마 처럼 얽혀 있는 문제들을 지금이라도 풀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은 이들의 갈등을 중재할 이가 없다. 의료체계가 병들어가는데 이를 치료해줄 이가 없다면 자가면역체계라도 가동해야 한다.
우선 의사들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모든 논란의 중심엔 의사들이 있다. 다른 직역에 보다 의사들의 변화가 절실한 건 그들이 의료현장을 지휘하는 의료체계의 근간이어서다.
의사들은 피해자고 모든 게 제도와 정부탓이라고 하긴 옹색하다. 우선 협상테이블에 와서 국민들이 선택한 방향으로 결정하는게 맞다. 의사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민'의 뜻 아닌가. 아니면 '우리도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살아보자'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더 많은 지지를 얻을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