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아파트라고?…2만명 '우르르' 고덕강일, 10년 전과 뭐가 달랐나[부릿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김아연 PD, 이상봉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3.04.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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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혔던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가 서울에 다시 등장했다. 취임 전부터 토지임대부 방식의 반값아파트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공약 실천에 나선 결과다.

김헌동표 첫 반값아파트인 고덕강일3단지는 월 40만원대로 예상되는 토지임대료, 공공환매 조건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3월까지 사전예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500가구 모집에 약 2만명이 몰렸고 청년 특별공급 경쟁률은 118대1까지 치솟았다. SH는 고덕강일3단지 흥행에 힘입어 오는 5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역 부지 두 곳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반값아파트 흥행 이유를 살펴보고 새로 주택이 공급될 마곡지역을 직접 찾아가봤다.



'반쪽'아파트라고?…2만명 '우르르' 고덕강일, 10년 전과 뭐가 달랐나[부릿지]


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오늘 제가 나온 곳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입니다. 오는 5월 이곳에 500가구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공급됩니다. 최근 고덕강일 3단지 사전예약 흥행에 힘입어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추가 공급을 발표했습니다.

여러번 시장에서 외면당하며 실패한 정책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반값아파트, 이번엔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관심이 쏠리는 걸까요? 부릿지가 10년 만에 돌아온 반값아파트의 흥행 이유를 알아보고, 새로 반값아파트가 들어서는 이곳 마곡지구의 특징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반값아파트=실패한 정책?
반값 아파트는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주택입니다. 토지 가격이 분양가에서 빠지다 보니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반값 아파트로 불립니다.

지난달까지 사전예약 접수가 진행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는 전용 59㎡ 기준 3억 5500만원에 공급됐습니다. 인근에 있는 강동리버스트4단지, 강일리버파크3단지 실거래가와 비교할 때 반값 아파트가 맞는 셈이죠.

하지만 사전예약 시작 전 여론은 비관적이었습니다. 이 반값 아파트에는 매월 40만원 수준의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함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분양이 아닌 월세다, 반값이 아닌 반쪽아파트다 라는 비판이 제기됐죠. 의무거주기간 5년이 지나면 공공에만 환매할 수 있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없고, 건물 소유권만 있어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반쪽'아파트라고?…2만명 '우르르' 고덕강일, 10년 전과 뭐가 달랐나[부릿지]
이미 실패한 정책이란 꼬리표도 따라왔습니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했는데요. 경쟁률이 0.1대1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선착순 접수까지 마친 최종 분양 가구수는 65가구. 83.3%가 미분양됐고, 결국 일반분양으로 전환됐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다시 등장한 건 2011년. 대상지는 강남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 서초구 우면지구와 강남구 세곡지구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했습니다. 강남불패라는 말답게 두 단지는 완판됐지만 경쟁률은 각각 평균 6.9대1, 3.5대1로 저조했습니다.

게다가 2억원 안팎으로 공급된 이 아파트들은 5년의 전매제한이 풀린 후 시세가 치솟았습니다. 분양가 2억2000만원이었던 LH강남브리즈힐은 2020년 11억3000만원에 손바뀜됐죠.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소수의 로또 단지가 되면서 공급은 중단됐습니다.

고덕강일3단지, 대박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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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패의 기억 속에 진행된 고덕강일 3단지 사전예약. 우려와 달리 결과는 대흥행이었습니다.

500가구 모집에 2만명이 몰려 약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가장 많은 수요가 몰린 청년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118대1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번 정책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집값입니다. 과거에도 토지임대부 주택은 반값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홍보됐지만 실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절대적인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분양가보다는 매월 내야 하는 토지 임대료에 초점이 맞춰졌죠.

실제로 2007년 공급된 군포 부곡지구 토지임대부 주택의 전용84㎡ 기준 분양가는 1억5480만원, 토지 임대료는 월 42만5000원이었습니다. 당시 건너편 영동아파트 79㎡ 실거래가는 2억원대였죠.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다릅니다. 지난해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8배까지 치솟았고,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원을 웃돌았죠. 이런 상황에 3억원대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라니, 월 임대료보다는 반값 분양가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겁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예전에는 실패했다라고 하는 게 토지임대부 주택하고 그냥 일반 주택하고의 가격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덜 했지만 지금은 중위가격이 10억이 넘어선 상황이잖아요.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 토지 임대부 주택이 나오다 보니까 체감하는 것도 본인의 소득대비 할 수 있는 범위의 주택 이런 걸 선택하다보니까.]

최근 논란이 된 전세사기 문제가 반값아파트 수요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거 선택에 있어서 단순한 자산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 안정적인 거주를 고려하는 인식이 퍼졌다는 겁니다.
'반쪽'아파트라고?…2만명 '우르르' 고덕강일, 10년 전과 뭐가 달랐나[부릿지]
이런 수요에 힘입어 오는 5월 마곡지역 부지 두 곳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들어섭니다. 저희가 두 곳을 비교해 보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머니투데이 부동산 유튜브 채널 '부릿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연 김효정
촬영 김아연 이상봉 PD
편집 김아연 PD
디자인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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