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근 교수
대중의 우려와 비판은 그가 규범을 벗어나는 행위를 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이때 규범은 물론 제도·규범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현행법을 위반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제도·규범의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할 법률 다툼이 시작된 시점에 이른바 '피의 사실'이 공표된 것이다.
유아인은 '스튜디오콘크리트'를 세운 예술감독, 여러 디자인 브랜드와 협업하는 패션모델, 직접 시를 쓰는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SNS를 통해 거침없는 사회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영화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정치적 이슈에도 둔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도 적지 않지만 대중은 오히려 연기라는 좁은 '직업'의 세계에 갇히지 않는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배우의 직업윤리는 무엇일까. 예술가나 연예인이 규범을 일탈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물음이다. 예술과 연예는 사실 현존하는 규범을 벗어나는 상상력을 발휘해 전에 없는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보면 수많은 예술가가 규범을 뛰어넘으면서 창조를 이룩했다. 그러므로 예술과 연예의 직업윤리는 막스 베버가 주장한 합리성을 추구하는 근대 인간의 모습과는 잘 맞지 않는다. 유아인은 한 인터뷰에서 "심판대에 올라가는 직업이지만 심판되기 싫었고, 어디에도 규정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갖고 살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규범은 당대 사회의 제약 안에서 작동한다. 제도가 정해놓은 규범을 마음껏 휘저으면서 동시에 사회적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다. 배우가 일탈행위를 했다고 영화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제도·규범은 없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문제를 대할 때 관습규범과 정서규범을 준거로 삼는다. 대중은 유아인의 일탈행위를 우려한다. 그의 사회적 언행을 겨냥하며 존재의 이중성을 비판한다. 물론 여러 시상식 영상을 밈으로 복제하며 그를 '놀리는' 행위는 또 다른 문화현상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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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다. 스타는 대중의 관습규범과 정서규범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다. 대중의 규범은 당연히 제도·규범과 얽혀 있다. '생각하는 배우' 유아인이 건강한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