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이렇게 위험했나…신장이식 후 사망률 2.4배 차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3.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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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국내 근감소증(근육이 빠지는 병)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근감소증이 신장이식 후 사망률을 최대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돼 고령층의 관심이 요구된다.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현정·이주한·허규하 교수 연구팀은 신장이식 환자가 근감소증을 동반할 경우 사망률이 근감소증이 없는 신장이식 환자보다 최대 2.4배 높다고 29일 밝혔다.



근감소증 이렇게 위험했나…신장이식 후 사망률 2.4배 차이


신장이식, 말기 신부전의 유일한 치료
신장은 우리 몸의 필터로 혈액 내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노화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신장이 망가지면 체내 노폐물이 쌓여 혈관염증과 동맥경화, 만성 질환으로 인한 근감소증 등 여러 합병증이 나타난다.

만성 신부전(신장질환)은 신장의 잔여 기능이 90% 이상이면 초기, 10% 정도 남으면 말기로 구분한다. 초기에는 외부에서 혈액을 걸러 다시 주입하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진행하지만 말기에는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신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환자는 2012년 6000여 명에서 2021년 1만1000여 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65세 이상의 증가율은 187.5%로 65세 미만(73.5%)보다 훨씬 높았다. 대한신장학회의 '2021년 우리나라 신대체요법 현황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말기 신부전 환자의 평균 연령은 65.6세에 달한다. 대부분 나이 들어 신장이식을 받는다는 의미다.

근육량, 수술 예후에 큰 영향 미쳐
만성 신부전일 땐 신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제한한다.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의 질과 양이 동시에 떨어지는데, 이런 변화는 특히 고령층에서 두드러진다.

(사진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현정·이주한·허규하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사진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김현정·이주한·허규하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만성 신부전과 근감소증이 모두 고령층에 잘 나타나는 점에 주목하고 신장이식 예후와 근감소증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2004~2019년 이 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은 623명을 대상으로 근육량과 수술 예후의 관계를 분석했다. CT를 찍어 환자의 근육량을 측정해 근감소증군(155명)과 정상군(468명)을 나눠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신장이식 후 10년 내 사망률이 근감소증 군에서 정상군 대비 최대 2.4배 높았다. 이식 후 1년, 5년, 10년 사망률은 정상군은 각 1.5%, 4.4%, 7.1%였으나, 근감소증 군은 4.6%, 11.6%, 17.1%로 크게 차이가 났다.

수술 후 1년 이내 재입원하는 비율도 근감소증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수술 후 1개월, 3개월, 12개월 안에 재입원하는 비율은 정상군이 각각 16.8%, 26.6%, 48.2%이지만 근감소증군은 각각 28.3%, 38.8%, 58.6%로 더 높았다. 특히 1개월 안에 재입원하는 비율은 근감소증군이 약 1.7배 높았다.

(사진 왼쪽부터) 정상군과 근감소증군의 신장이식 후 생존율, 재입원율 비교 그래프. /사진=세브란스병원(사진 왼쪽부터) 정상군과 근감소증군의 신장이식 후 생존율, 재입원율 비교 그래프. /사진=세브란스병원
이주한 교수는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고령의 신장이식 수술 사례가 증가하는 만큼 신장이식에 앞서 근감소증의 관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향후 신장이식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이식학회 공식 학술지인 '미국이식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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