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고객들이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SVB 본사에서 예금 인출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신 통계 자료를 인용해 지난 15일 기준 미 은행 예금 잔액이 17조5000억 달러(약 2경2750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전주 대비 984억 달러(127조9200억원) 줄어든 것으로 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정기예금처럼 만기일이 있는 계좌를 제외한 이른바 '기타'(other) 예금 잔액은 15조7000억 달러로 전주 대비 782억 달러가 줄었다. 블룸버그는 "저축, 당좌예금 등 유동성이 높은 예금이 6.1% 감소했다"며 "이는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기예금처럼 만기일이 있는 계좌를 제외한 미국 상업은행의 '기타'(other) 예금 잔액 추이(위)와 증감율(아래) /사진=블룸버그
주요 외신은 미국 은행의 예금 유출과 저위험성 투자자산으로의 이동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SVB 파산 사태로 이런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됐다고 짚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미 은행의 예금이자가 거의 오르지 않자 예금주들은 일반은행 계좌에서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SVB 파산으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예금주들의 이런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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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지방은행들의 연쇄 뱅크런 사태를 막고자 앞장서며 "은행 시스템의 예금 흐름이 안정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시스템을 향한 불신이 여전하다고 주요 외신들은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SVB 붕괴 후 미 은행들이 연준의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총 1650억 달러를 빌렸다며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부담이 높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이 진정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도 같은 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주재 긴급회의에서 "일부 기관이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나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옐런 장관은 "필요한 경우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