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3.17.
19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정의선 현대차 회장(1970년생), 구광모 LG 회장(1978년생) 등 우리 기업인들은 세대교체를 이뤄 젊다. 반면 일본 측 참석자들은 1937년생인 사사키 미키오 미쓰비시상사 특별고문을 비롯해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1950년생),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증권 회장(1950년생) 등 대부분 70대 이상이었고, 60대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은 20억원으로 출발했다. 그나마 개별 기업의 직접 출연이 아니라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자체 보유한 자금 10억원씩을 털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는 전략이지만 사실상 '만들었다'는 의미 딱 그 정도다. 준비과정에서 우리 측에서는 '1000억원 조성설'도 흘러나왔다. 굴욕외교라는 비난 속에서 '대통령의 결단'으로 추진한 만큼 일본 측의 호응을 기대한 관측이었다.
#"아버지 덕에 왔을 때..." 윤 대통령은 일본의 추억으로 기업인들과 대화를 풀어나갔다.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히토쓰바시대학교 객원교수였던 시절 대학생이었던 자신이 일본 현지 청년들과 어울렸던 경험을 나눴다. 자꾸 만나야 신뢰가 쌓이고 경제협력도 그렇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
고향이 히토쓰바시대 근처인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특별고문이 당장 반색했고 그는 대화를 마치며 한일 공급망 협력을 다짐했다.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이 우리에게 용기를 줬다"고도 했다고 한다. 사사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결단에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하는 등 다른 일본 기업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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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덩어리는 만들었다. 이제 눈덩이를 굴려야 한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파트너십 기금에 돈을 내지 않기로 잠정 결정했다. 돈을 내는 순간 자칫 여론 재판의 표적이 되는 건 물론 정권이 바뀔 경우 무슨 꼴을 당할지 몰라서다. 미르·K재단의 악몽도 오래되지 않았다. 재계 관례상 삼성이 나서지 않으면 다른 주요 그룹들도 나서기 어렵다.
중요한 건 여론이다.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면 한일관계 정상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된다. 어떤 정권이 와도 마음대로 못한다. 국민의 마음은 일본의 호응 조치에 달렸다. 한국 대통령이 먼저 결단하고 온갖 비난을 들으며 얼음장에 균열을 냈다. 이젠 일본 차례다. 일본을 떠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미국에 있다. 4월 한미 정상회담과 5월 한미일 정상회의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