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교직에 수십년 동안 몸담아 온 교사들은 요즘 학교폭력에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 만큼 마땅한 해결책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잔인한 학교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사회적으로 회자될 때마다 교육당국은 이런저런 해결책을 내놓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교사들은 경쟁에 매몰돼 있는 학교 분위기를 고쳐나가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성남시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34년차 A교사는 "요즘 중학생들도 '생기부 기록돼요?'라고 물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다"며 "머리가 큰 고등학생들은 사실상 '생기부 협박'밖에 방법이 없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기부 기재 의무화 후 법적 다툼이 증가했다. 2012년 175건이던 '가해 학생 행정심판 처리 건수'는 2019년 893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적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642건, 682건으로 집계됐다.
학생부장 경험이 있는 23년차 B교사는 학폭위 조치를 생기부에 기록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B교사는 "생기부에 기록되니 피해 학생이 신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세게 나오는 애들도 있고 가해 학생 측에서 사소한 것도 인정 안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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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에 교사·학생 모두 '고통'…사회 분위기 바뀌어야교사들은 입시 경쟁 완화 없이는 학교폭력 해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에서 시작돼 사회로 이어지는 경쟁 분위기가 완화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여유를 되찾아야 학교폭력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A교사는 "잘 나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감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한계에 다다르면 수업시간에 안 하던 언행을 하는 식으로 폭발하곤 한다"며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길들여지고 먹고 살기 힘드니 공격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 제도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학폭의 근본적 해결도 어렵다"고 말했다.
B교사도 "사회 전체 분위기가 개인주의화하다 보니 아이들은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권리를 방해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못 참는다"며 "학폭은 단지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