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사업권 양수는 업력 합산 안 돼"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3.03.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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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사업권 양수는 업력 합산 안 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INNOBIZ) 인증 기준 중 하나인 '업력'은 신설합병이 아닌 사업권 양수로 합산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사가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이노비즈 선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A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사는 2019년 12월 설립돼 이듬해 1월 B사로부터 '전자팩스 및 IVR 사업'의 자산과 권리를 승계하는 사업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계약 이후 C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B사는 2002년 11월 설립돼 2014년 10월 이노비즈 기업 인증을 받았다. 이노비즈 인증은 유효기간이 4년이지만 B사는 한 차례 인증을 갱신받아 2020년 10월5일까지 자격을 보유했다.



이노비즈 인증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세제·금융·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혜택을 받는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선 3년 이상의 업력이 필요한데 신설합병된 회사는 예외적으로 합병 이전 회사의 업력도 인정받을 수 있다.

중기청은 2020년 3월11일 A사가 B사 명의로 이노비즈 인증서 재발급을 신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재발급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는 '대표자 변경, 합병 또는 통합, 기타 사업 포괄 양도양수'였다.

그러나 같은해 9월 A사가 인증 갱신을 신청하자 중기청은 이를 거절하고 당초 인증에 대해서도 선정취소 처분했다. 중기청은 A사의 업력이 3년 미만이라 적격한 신청대상이 아니며 사업권 양수는 상법상 신설합병과 달라 A사의 업력에 B사의 업력을 산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A사는 불복소송에 돌입해 "B사의 인적·물적 기반이 A사에게 이전됐으니 사업권 승계는 실질적으로 신설합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설합병에 해당하기 위해선 상법에 따른 창립총회·합병등기 등이 이뤄졌어야 하지만 A·B사에선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A·B사의 사업권 승계는 영업양도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A사는 중기청이 인증 재발급 신청을 받아들이자 이를 믿고 신규 인력을 고용하고 추가 사업을 진행했다고도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또한 A사에 귀책사유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가 재발급 신청 사유에 '기타 사업 포괄양도양수'도 기재했더라도 A사는 B사의 변경 전 상호를 이용했다"며 "마치 B사가 대표자 변경 또는 합병을 함에 따라 인증서 재발급을 요청한 것으로 착오하게 만들 의도였거나 적어도 착오를 유발한 데 귀책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A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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