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 빌리는데 매주 16만원 이자…돈 급한 서민, 불법사채 늪에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이용안 기자 2023.03.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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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돈 구할 곳 없는 서민들①

편집자주 생활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금융회사를 찾지만 '문턱'이 높다.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돈을 빌리기 어렵다. 금리가 높아 돈을 빌려주기도 어렵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수백%의 이자를 내고 불법사채를 찾는다.

#마트에서 근무하는 A씨는 급전이 필요해 금융권을 찾았으나 이미 대출이 있고, 신용점수가 낮아 추가 대출이 힘들다는 답을 받았다. 급전 창구를 수소문하던 중 일주일 뒤 상환 조건으로 7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곳을 알게 됐다. 불법업체는 선이자 16만원 제외하고 54만원 입금해줬다. 하지만 상환이 어려지면서 A씨는 이자로 매주 16만원씩 석 달을 냈다. A씨는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다른 불법 업체를 찾아야만 했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말랐다. 저축은행·캐피탈 등 제2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까지 대출 문턱을 높였다.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늘었으나 대출 금리는 법정최고금리에 막히자 대출 창구를 아예 닫은 곳도 상당수다. 서민들은 '카드 돌려막기'는 물론 '사채 돌려막기'에 빠지고 있다.



대부업 신규대출 1년 사이 89% 급감...대형사 15곳 신규대출 중단
70만원 빌리는데 매주 16만원 이자…돈 급한 서민, 불법사채 늪에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대부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 중 NICE신용평가 기준 상위 69곳의 지난 1월 신규대출 금액은 42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8.9% 감소했다.

지난 1월 신규 대출 이용자는 6084명으로 전년(3만1065명)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대출 금액·이용자 감소는 자금조달 금리가 급격히 높아진 지난해 4분기부터 두드려졌다. 상위 대부업체 16곳의 신규 차입금리는 지난해말 8.65%까지 올랐다. 연초와 비교해 3.51%포인트(p) 상승했다.



대부업권은 조달금리가 높아지자 신규 차입액을 줄이고, 대출 문턱을 높였다. 법정최고금리(20%)로 이자를 받아도 조달비용과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마진이 남지 않아서다. 연체율까지 지난 1월 11.8%로 상승했다. 대형 회원사(25곳) 중 15곳은 아예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낸다고 해도 서민들은 돈 빌릴 곳이 없는 셈이다. 특히 저신용자의 금융권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예 대부업체들은 최근 신용대출을 줄이고,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급전 막히자, 카드 돌려막기 중...리볼빙 잔액 7.3조 '역대 최고'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급전 창구가 막히면서 발생한 현상이 카드 리볼빙 서비스 이용 증가다.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일정 금액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하는 서비스다. 보통 카드대금의의 10%를 내면 나머지는 결제를 이월할 수 있다.


지난 1월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카드사의 카드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3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1조1357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리볼빙은 카드론과 달리 금융상품이 아니라 부가서비스로 분류돼서 쉽게 이용할 수 있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서도 제외된다. DSR 규제 대상인 카드론의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7% 증가에 그쳤다.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결제를 미루고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다. 이월된 금액에는 고율의 수수료(15.49~18.53%)가 붙고, 이월 금액이 만큼 약정결제금액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빠진다. 이미 업계에서는 한계차주의 유입이 상당부분 발생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불법사금융 유입 최대 3.8만명 추산...지난해 신고센터 접수 12.3만
대부업에서도 밀려나고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가 온 서민들은 불법사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7월이후 1년간 대부업 이용 감소로 불법사금융에 유입된 규모는 최소 1만8000명에서 최대 3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는 지난해에만 12만323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불법금융광고 차단 의뢰 건수도 1만7435건으로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불법사금융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수사·단속 강화, 피해예방·구제를 위한 제도개선 등에 나섰다. 불법금융광고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긴급 생계비 대출'도 이달 내놓을 계획이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불법사금융이 네이버, 다음 카페 등 비대면 영역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불법 사업주체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렵지만 포털에서 소비자에게 불법사금융 관련 광고 등의 노출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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