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어느 정도길래…佛마트들 단체로 "식품가 인하" 선언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3.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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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한 슈퍼마켓 계산대 모습 /AFPBBNews=뉴스1지난해 11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한 슈퍼마켓 계산대 모습 /AFPBBNews=뉴스1


프랑스 유통업체들이 마진 일부를 희생하고 식료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6일(현지시간) AFP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지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합의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번 조치는 눈에 보이고 시민들을 보호할 강력한 합의"라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기업들은 수억유로의 마진을 희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혹시 기업들이 마진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도매업체에 공급가 인하를 압박하는지 불시 점검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에 간밤 까르푸 주가는 0.39%, 경쟁사인 카지노그룹 주가는 0.57% 각각 하락했다. 장중 한때 낙폭은 1%에 달했다.



프랑스의 2월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14.5%를 기록하는 등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민간 기업들에 고통 분담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당초 기업에 수십개 필수 식자재를 도매원가에 판매하는 안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까르푸의 알렉상드르 봉파르 최고경영자(CEO)는 가격 인하 품목과 정도는 개별 업체가 결정하며 비교적 가격 책정이 자유로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업체들이 서로 다른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자유의 원칙에 따라 기업은 고객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가격 인하 적용 품목엔 프랑스 국기와 함께 '반(反)-인플레이션 분기'라는 로고를 함께 부착하게 된다.


다만 이번 합의가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인 르끌레흐는 참여를 거부했다. 미셸 에두아르 르끌레흐 CEO는 "나는 전 품목에서 가격을 내릴 것"이라면서 "이 합의는 유통업체들이 다른 상품을 더 비싸게 받아 식품 가격 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울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단체도 회의적이다. 프랑스 시민단체 UFC-크 슈아지르의 올리비에 앙드로 식품 관련 담당자는 "가격에 정해진 규칙이 없으면 인하된 가격은 그냥 일반 가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가 연금 개혁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급조된 합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행정부가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프랑스 노동자들은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대규모 시위가 6번째다. 특히 치솟는 물가상승률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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