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교수장, 우크라 전쟁 후 첫 만남…10분간 무슨 말 오갔나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3.03.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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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외교장관회의서 이동 중 짧은 만남…
정식회담 아닌 대면 형태, 큰 성과 없어

2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P=뉴시스2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년여 만에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외교 수장이 첫 대면했다. 하지만 정식회담이 성사되지 않아 짧은 만남에 그쳤고, 전쟁 관련 의미 있는 의견 조율도 이뤄지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10분 정도 짧은 만남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지난주 유엔에서 나온 많은 이야기들과 G20 외무장관들이 나눈 대화를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했다"며 "그에게 침략전쟁을 끝내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창출할 수 있는 외교에 참여하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블링턴 장관은 미국이 언제까지나 우크라이나 방어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는 점을 강조하고,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복귀할 것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또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로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러시아에 구금돼 있는 폴 윌런의 석방도 요구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블링컨 장관은 세 가지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직접 전달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다만 이 만남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두 사람의 만남에서 어떠한 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중 외교수장의 만남은 G20 비공개회의 후 이동 중에 이뤄졌으며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국 외교 장관의 직전 대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1월 스위스 제네바 회담 때였다. 그 이후엔 지난해 여름엔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 여자 농구선수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을 놓고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한편 G20 외교장관회의에선 미국을 중심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독일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러시아의 뉴스타트 복귀를 촉구하는 등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프랑스 카트린 콜로나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 에너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에 피해를 줬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네덜란드 봅커 훅스트라 외무장관은 "전쟁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러시아에 있으며 계속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국들이 세계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기 위해 G20 의제를 촌극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서방과 러시아 측의 입장 차이로 이날 회의에서는 공동 성명을 도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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