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조4506억원 증가한 815조7006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신금리 하락세가 이어진 지난해 12월과 1월 이후 3개월 만에 정기예금이 늘어난 것이다. 예금이 늘어난 3개 은행에선 기업 예금 증가분이 컸다.
은행권에선 모호한 금리 방향성을 배경으로 꼽았다. '금리 정점론'이 힘을 얻은 지난달 초까지는 은행 밖으로 돈이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이후 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왔고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금리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따라 올릴 가능성이 크다.
A은행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은행 예금이나 요구불예금에 자금을 단기성으로 맡기는 기업이 늘었다"고 했다. 은행권에선 법인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일회성 단기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에 주요 은행 가계대출은 감소세가 이어졌다.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4506억원으로 전월과 견줘 3조1972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이 2조1382억원 줄었고 주택담보대출은 5720억원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금리가 높다고 보는 고객들이 꾸준히 대출을 갚고 있다"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가 2월 말부터 본격화해 아직은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