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폐질환 잡아라" 글로벌 개발 트렌드… 국내 업체 '이곳' 주목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3.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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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 폐섬유증, 마땅한 치료제 없어 신약 개발 수요 커
지난해 36조 제약 업계 최대 M&A로 관심↑
'LPA 저해제' 개발 인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목

"희귀 폐질환 잡아라" 글로벌 개발 트렌드… 국내 업체 '이곳' 주목


희귀 폐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굳어지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희귀질환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 수요가 크다. 지난해 36조 규모의 제약 업계 최대 인수합병(M&A)도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과 관련돼 있다. 특히 LPA(리소포스파티드산)를 억제하는 기전의 치료제 개발이 전 세계적 트렌드인 가운데 국내 업체에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2,350원 ▼10 -0.42%)가 주목받는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폐가 딱딱하게 굳고, 심한 구조적 변화를 야기해 점차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증상 발현 이후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다.



국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수는 2017년 약 1만2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꾸준하게 늘었다.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기 때문에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M&A를 추진했다. 여러 인수 사례를 살펴보면 치료제의 개발 기전으로 LPA 저해제가 주목받는 걸 알 수 있다.



빅파마 암젠(Amgen)이 추진한 지난해 제약 업계 최대 규모 M&A가 대표적이다. 암젠은 지난해 12월 희귀질환 치료제 사업부 강화를 위해 아일랜드 소재의 바이오 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Horizon Therapeutics)를 278억달러(약 36조원)에 인수했다.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는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바이오텍이다. LPA 저해 기전으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LPA는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결합해 각종 섬유화 및 염증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주요한 타깃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지난해 10월에도 LPA 저해제와 관련한 또 다른 인수합병이 있었다. 빅파마 애브비(AbbVie)가 LPA 표적 항체 개발사인 영국의 DJS안티바디(Antibodies)를 2억55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인수했다. DJS안티바디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위한 LPA 저해제로 'DJS-002'라고 불리는 주력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특발성 폐섬유증 임상 시험으로 △베링거인겔하임 'BI1015550'(PDE4B 억제제) 임상 3상 △대웅제약 (112,700원 ▲2,200 +1.99%) 'DWN12088'(PRS저해제) 임상 2상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BBT-877'(오토택신 저해제) 임상 2상 △호라이즌 'HZN-825'(LPA 저해제) 임상 2b상 등이 진행 중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탓에 저마다 다양한 기전으로 신약 개발에 접근하는 양상이다. 이 중에서 글로벌 트렌드인 LPA 저해제와 유사한 기전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BBT-877은 신규 표적 단백질인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폐 섬유화 발생을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서는 오토택신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택신은 LPA 생성을 돕는 효소로 오토택신 저해제는 LPA를 직접 억제하는 것보다 한 단계 더 상위의 기전이다.

대부분 LPA 저해제가 LPA 수용체 1을 표적하지만 오토택신 저해제는 상위 단계에서 LPA 자체의 생성을 차단한다. 섬유증에 관여하는 LPA 수용체 1~3을 좀 더 포괄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BT-877은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LPA 농도를 최대 90% 낮췄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항섬유화 효과를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며 "현재 환자 투약을 앞둔 BBT-877을 필두로 항섬유화 및 항염증 효력이 기대되는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인 'BBT-301'(이온채널 조절제)과 'BBT-209'(GPCR19 작용제) 등 다양한 기전의 파이프라인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특발성 폐섬유증 질환에서 견고하게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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