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중앙대 교수
미국도 노동운동의 방향성을 두고 갈등했다. 초기에는 유럽처럼 지식인 중심의 사회변혁 노동운동이 많았다. 1866년 창설된 전국노동조합(NLU)은 노동소외 해소를 목표로 삼고 세계 최초 노동정당인 전국노동개혁당(NLRP)을 창당했으나 국민의 지지를 못 받아 해체됐다. 그후 대량생산으로 인한 노동자 비인격화를 극복하고 도덕향상을 목표로 한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이 등장해 회원수 73만명의 거대노조로 성장했으나 1917년 이후 사라졌다. 이유는 농장주, 고용주, 농업노동자 등 모든 계층이 가입해 사회개량과 정치운동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사회개량을 넘어 계급투쟁과 혁명적 방법이 노동자 권익보호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는 급진적 노동운동도 있었다. 제1차 인터내셔날의 미국지부로 사회노동당(SLP)이 1874년 창당돼 사회주의노조연합(STLA) 설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01년 다시 사회당을 결성해 AFL을 장악하려 했으나 곰퍼스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또 세계산업노동자동맹(IWW)을 결성했다. 이들이 주도하는 파업은 매우 폭력적이었다. 총기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파업할 때 총기를 휴대했다. 시카고에서 진행된 철도파업에서는 박격포로 무장하고 기차를 방패 삼아 연방군이 탱크로 진압할 정도였다. IWW는 한때 AFL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으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분열해 실패했다. AFL의 실리주의와 IWW의 혁명주의 논쟁은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AFL만 성공해 미국은 노사현장에서 이념갈등을 배제해 192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게 됐다.
지금 한국에도 곰퍼스 같은 노조지도자가 필요하다. 전투적 노조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기업유치가 어렵다. 제3노조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실패했다. 이념적 투쟁보다 근로자 권익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때 MZ노조가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열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