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일회용 어메니티 제한? 편의점 칫솔 쓰고 버릴 것" 고객들 반감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김미루 기자 2023.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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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소재 1박 80만원(주말 기준)에 달하는 한 초고가 호텔에 비치된 1회용품. 고가의 어메니티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서울 송파구 소재 1박 80만원(주말 기준)에 달하는 한 초고가 호텔에 비치된 1회용품. 고가의 어메니티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내년부터는 호텔 객실에 일회용 칫솔과 일회용 치약·샴푸·린스 등을 비치될 수 없게 된다. 환경 보호 목적으로 추진된 법안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불편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등 5개 환경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객실이 50개 이상인 숙박업을 '일회용품 사용 제한 업종'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사우나와 목욕탕 등 목욕장업에서만 일회용 면도기·칫솔·치약·샴푸 등을 제공하는 게 제한됐다. 숙박업은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2024년부터 호텔도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소비자 "플라스틱 저감 효가 없어…호텔 비용 절감만"
쏠비치 삼척 전경. /사진=뉴시스쏠비치 삼척 전경. /사진=뉴시스
소비자들 대부분은 반감을 드러냈다. 20대 남성 유모씨는 "호텔에 칫솔·치약 등 일회용 세면 도구를 비치하지 않으면 투숙객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세면 도구를 로비 1층 또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것"이라며 "플라스틱 사용 저감 효과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호텔이 비용 절감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일회용 어메니티(객실비품)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보인 투숙객도 있었다. 국내 특급호텔들은 고급 브랜드로 구성된 어메니티를 제공하고 있다. 시그니엘은 딥디크, 서울신라호텔은 몰튼 브라운, 서울파크하얏트는 르라보의 제품을 제공한다. 이 어메니티들은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특급호텔에서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고가 제품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작은 사이즈로 얻을 수 있다"며 "어메니티 종류를 보고 호텔을 예약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는 호캉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객실에서 일회용품 쓰고 버릴 것…실효성 없다"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지난 2022년 11월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4일 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방안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참여형 계도기간을 1년간 운영하며, 지자체 환경공단 등 유관기관, 관련 민간단체 등과 함께 '넛지형 감량 캠페인'을 전개 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정선화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지난 2022년 11월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4일 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방안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참여형 계도기간을 1년간 운영하며, 지자체 환경공단 등 유관기관, 관련 민간단체 등과 함께 '넛지형 감량 캠페인'을 전개 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전문가들도 이번 개정안이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투숙객들은 결국 호텔 주변 편의점에서 일회용품을 사고 호텔에 버리고 올 것"이라며 "호텔이 투숙객들의 쓰레기 처리장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텔에서 규격화된 용품을 사용하면서 재활용하고 다시 모아서 에너지 활용도 하는 상황에서 각기 다른 용품을 사용하면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플라스틱은 회수해서 태우는 리커버리 과정을 거치면 에너지가 된다. 그 회수하고 태우는 체계를 만들어주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제한 제도의 취지는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로) 일회용품 사용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품) 유상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면 필요한 사람은 구매해서 사용하면 된다.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것들에 대한 낭비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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