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뱅크 등 '메기' 더 풀면 과점 해소될까…"'기존 메기'부터 키워야"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3.0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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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주요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챌린저 뱅크'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금융권은 실효성에 물음표를 붙였다. 시장에 '메기'를 더 푸는 것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기존 메기가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은행·핀테크 기반 챌린저 뱅크(소규모 특화은행)를 추가 인하하거나, 은행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수목적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 새 '메기'를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경쟁이 촉진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대형 메기'로 평가받았던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간편 송금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시중은행은 이를 곧바로 벤치마킹했다. '대안 신용평가 등 중저신용자 대출 특화'를 제외하면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사이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봐도 '메기효과'가 아직 미미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은행 전체 자산 가운데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의 비중은 각각 1.1%, 0.74%, 0.42%로 나타났다. 합쳐도 3%가 채 되지 않는다. 5대 은행의 자산 비중은 62.06%다. 국내은행의 전체 원화대출금 중 3개 인터넷은행의 잔액 비중도 2.05%이나 5대 은행의 잔액 비중은 65.08%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케이뱅크는 KT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은행업에 진출했는데도 은행 경쟁 구도를 뒤흔들지는 못했다"며 "차별점이 있긴 하지만 핵심 영업은 기존 은행들과 사실상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몇년 전부터 핀테크도 금융시장에 진출하게 했지만 주요 은행의 '파이'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게 생산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적용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완화해야 하고, 고신용자 대상 대출에도 적극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당국이 고신용 고객 대상 대출을 문제삼지 않았을 때 실제 금리 경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은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디지털 전환에도 뒤쳐지는데 수도권 진출도 당국 눈치를 보느라 공격적으로 할 수 없다"며 "지역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중도 여전히 남아 있어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국내은행의 경쟁력은 낮은데, 이유는 국내 규제 환경이 지나치게 엄격해서"라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비은행 부문 성장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해외에서 벌어오는 돈의 비중이 커지면 과점 비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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