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AFP=뉴스1) 김성식 기자 =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한 성당에서 성탄 미사에 참석한 노인이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며 기도하고 있다. 2022.12.25.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르손의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미술품이 인근의 크름반도로 반출됐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무력으로 병합한 곳이다. 크름 지역의 한 미술관 관장은 약탈 미술품이 자신의 미술관에 "보관"돼 있다고 자유유럽방송(RFE)에 말했다. 하지만 헤르손의 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스키타이, 사르마트, 고트, 그리스(모두 러시아 제국 등장 수백 년 전 흑해와 아조프해 부근에 살던 민족이다)의 고대 공예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헤르손 과학도서관의 귀중한 장서 수백 권도 행방이 묘연하다.
그러나 헤르손이 해방된 직후 11월 11일, 도첸코가 약탈당한 수장고에 들어갔을 때 그는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1만4000점이 넘는 소장품 중 적어도 1만 점이 사라졌더군요." 그는 말했다.
핑계가 3개월 간 먹혀들자 도첸코, 스키르프카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꾀를 영원히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신자가 나타났다. 전직 미술관 직원 둘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KGB의 후신 --편집자주)에 미술품이 지금도 건물 안에 있다고 밀고했다고 도첸코는 설명했다.
(헤르손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중심부에서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깃발을 흔들고 있다. 그는 지난 2월24일 러시아 침공 이래 점령 당했던 헤르손 해방을 기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2022.11.13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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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48시간 동안 스크리프카는 사실상 감금된 상태였다. 데샤토바는 스크리프카에게 약탈하는 미술품의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을 러시아 문화부 관계자라 소개한 모스크바에서 온 인물에게 줄 것이었다. "심지어 미술관의 부역자들도 그에게 8000점 정도에서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더 많은 미술품을 원했어요." 스크리프카의 말이다. "충분히 가져가지 않으면 윗선에서 화를 낼 거라고 하더군요." 약탈꾼들은 금과 은으로 장식된 성화 액자가 든 금고를 열도록 스크리프카를 강요한 후 금고를 털었다. 그는 약탈을 막지 못했으니 적어도 목격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제 눈과 귀로 모든 걸 기억하겠다고 결심했죠."
헤르손 미술관에 따르면 전쟁 전 근무하던 13명의 직원들 중 7명이 러시아 점령자들의 약탈을 도왔다고 한다. "이 일곱 명의 직원 중 여섯은 헤르손을 떠나 크름으로 갔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도 헤르손에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도첸코 관장의 말이다. 러시아가 임명한 관장인 데샤토바는 퇴각하는 러시아군과 함께 헤르손을 떠났고, 현재 우크라이나 경찰이 수사중인 피의자 명단에 올라있다.
헤르손 문화유산의 유지와 배신에 대한 이야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군으로부터 수복한 지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우화라 할 수 있다. 이미 작년 8월 중반에 우크라이나 경찰은 약 1200건의 부역 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수십 년 전에도 헤르손의 큐레이터들이 했던 미술관 소장품 되찾기 작업이 새로이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지지와 성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곤차로바 관장의 말이다. "우리 소장품은 다시 늘어날 겁니다. 모든 부역자와 약탈자가 떠나고 나니 여기가 더 깨끗해진 것도 같고요."
이 글은 국제시사·문예 버티컬 PADO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술품 약탈 이야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독자 여러분이 급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올라타도록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