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오른팔' 멍거의 말말말…"테슬라보다 BYD, 코인은 똥"[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3.02.18 05:40
글자크기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AFPBBNews=뉴스1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AFPBBNews=뉴스1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함께 버크셔 해서웨이를 키운 찰리 멍거 부회장은 올해 99살이다. 거의 100년을 살아온 현자인 멍거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전 있었다.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멍거가 지난 15일 미국 LA에서 열린 데일리 저널(DJCO) 주주총회에서 2시간 30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했기 때문이다. 멍거는 지난해 법률 매체이자 소프트웨어 업체인 데일리 저널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데일리 저널 이사다.



이날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단골 인터뷰어인 베키 퀵 CNBC 앵커가 질문을 정리해, 멍거에게 전달했고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멍거는 △중국에서 BYD가 테슬라보다 앞서고 있지만 비싸다 △인공지능(AI)는 중요하지만 너무 과열됐다 △암호화폐는 '똥(shit)'이다 △알리바바 투자는 최악의 투자 실수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멍거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휠체어에 앉는다며 슬픈 생각이 들 때면 휠체어에 앉아서 12년간 미국을 통치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99년을 살아온 멍거의 얘기를 경청해보자.

인공지능(AI)이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챗GPT가 몰고 온 AI 열풍을 반영하듯 AI가 데일리 저널과 인류 문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이 여럿 나왔다. 멍거는 "AI는 아주 중요하지만 AI에 대한 관심이 너무 과열돼 있다. AI가 암을 치료할 수는 없으며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해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또 "(사람들은) AI에 대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은총이자 저주'(mixed blessing)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챗GPT를 이용해 멍거에게 물어볼 질문을 만든 사람도 있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신적 편향(mental bias)를 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당신의 경험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편향은 무엇이며 어떻게 편향을 피했는지가 챗GPT의 질문이다.

멍거는 "인간의 나쁜 결정을 지배하는 요인 중 하나는 부정(Denial)이며 만약 불쾌한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서 속임수를 써서 그것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에도 여태 해왔던 대로 돈을 쏟아부으면서 상당한 사업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멍거가 부정의 예로 들면서 돌직구를 던진 대상은 투자업계다. 펀드 매니저 중 수수료 등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지속적으로 지수보다 높은 초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5%에 불과할 것이라며 투자업계 전체가 극단적인 부정상태(즉, 대부분이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BYD가 테슬라보다 훨씬 낫다
멍거가 지난해 BYD가 20억 달러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며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언급하자, 베키 퀵은 왜 멍거가 테슬라보다 BYD 투자를 선호하는지 물었다.

멍거는 "쉬운 문제다. 지난해 테슬라는 중국에서 가격을 두 번이나 인하했지만, BYD는 가격을 올렸다. 테슬라와 BYD는 직접적인 경쟁자다. BYD는 중국에서 테슬라를 월등히 앞서가고 있으며 거의 말도 안 될 정도다. BYD를 못 들어본 사람이 많겠지만, BYD 중국 생산공장의 면적을 모두 합하면 맨하탄 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맨하탄 섬의 면적은 59㎢으로 서울 면적의 약 10분의 1이다.

다음 질문은 버크셔의 BYD 지분 매각과 TSMC 주식 매도가 미중 갈등과 관계가 있는지 아니면 순수하게 경제적 이유에서인지였다.

멍거는 "BYD는 주가수익비율(PER) 5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아주 비싼 가격이다. 한편으로는 BYD가 올해 전기차 판매를 50%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성장성이 좋다는 의미). 우리는 BYD 주식 일부를 지난해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팔았다"고 답했다.

버크셔는 2008년 BYD H주 2억2500만주를 8홍콩달러에 매수했으며 지난해 약 30배 넘게 상승한 250~270홍콩달러에 BYD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초 버크셔의 BYD 보유수량은 약 1억3000만주로 줄었다.

멍거는 버크셔의 누군가가 BYD 주식을 PER 50배에 파는 이유는 BYD가 메르세데스-벤츠 그룹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BYD 시가총액은 약 1094억 달러로 테슬라, 토요타, 포르쉐에 이어 4위다. 메르세데스-벤츠(840억 달러)를 앞서는 액수다.

알리바바 투자는 최악의 실수 중 하나
멍거의 아픈 손가락인 알리바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알리바바 투자를 고려할 때 최근 중국 스파이 풍선을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멍거는 "알리바바의 지배적인 주주인 마윈이 어느날 공개연설에서 공산당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공산당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고 자신이 똑똑하다고 말하자, 얼마 안 있어 마윈이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멍거는 마윈의 행동은 날카로운 스틱으로 곰의 코를 찌르는 것 같은 아주 멍청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마윈의 연설이 알리바바에게 상처를 남겼으며 알리바바는 자신의 최악의 실수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2020년 10월 300달러까지 올랐던 알리바바 주가는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로 인해 지난해 11월 60달러선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100달러 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여전히 멍거는 알리바바가 중국 인터넷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높게 평가하며 훌륭한 유통업체이자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똥(shit)'이다
찰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CNBC 유튜브 캡쳐찰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CNBC 유튜브 캡쳐
이날 유난히 도전적인 질문이 많았는데, 암호화폐에 관련된 질문이 대표적이다.

한 질문자는 멍거가 2007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로스쿨 연설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주장을 상대방보다 잘 설명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보류하라고 말한 걸 끄집어 냈다. 2007년 멍거의 말이 지난 2월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왜 미국이 암호화폐를 금지해야 하는가?'(Why America Should Ban Crypto)에 적용되는지, 만약 그렇다면 멍거가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였다.

잠깐 머뭇거리던 멍거는 "나는 내 주장에 반대되는 훌륭한 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멍청이(idiot)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 반대되는 합리적 논거는 없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심지어 멍거는 암호화폐를 '암호 똥(crypto shit)'으로 부르며 암호화폐를 사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인류에게 통화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건 없을 것이라며 인류가 유인원에서 현대의 인류와 인류문명으로 진화하는 데는 편리한 교환을 가능케 한 통화가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멍거는 "누군가 자신이 국가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공기를 대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여러분이 알다시피 터무니없는 일이다. 엄청나게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다. 정부가 이를 허용하는 건 완전히 잘못됐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런 쓰레기 같은 '암호 똥'을 허용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고 암호화폐를 비판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금지한 중국이 옳고 미국이 틀렸다고 말하면서 정부가 암호화폐가 존재하도록 허용한 건 절대적으로 멍청한 도박이며 반대편의 하우스(암호화폐 발행자)가 훨씬 유리하다고 비판했다.

향후 투자는 힘들어지겠지만, 멍거가 걱정하지 않는 이유
앞으로의 주식투자 전망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멍거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기업 정서가 강화되고 세금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투자업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그동안 투자업계에 손쉬운 환경이 지속돼왔다며 어려워지는 시기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멍거는 자신은 죽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베키 퀵은 "'찰리 멍거는 99살이며 누구도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걸 말하려는 것 아니냐"며 멍거에게 물었다. 이어 멍거에게 "현재 아프지 않은 게 맞냐"고 묻자 멍거는 "지금 맛있는 피넛 브리틀(캐러멜과 땅콩이 어우러진 바삭한 과자)을 먹고 있다"며 "만약 여러분이 99살까지 살고 싶으면 피넛 브리틀을 먹으면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씨즈캔디의 피넛브리틀을 들고 있는 찰리 멍거/사진=CNBC 유튜브 캡쳐씨즈캔디의 피넛브리틀을 들고 있는 찰리 멍거/사진=CNBC 유튜브 캡쳐
멍거는 자신의 제품을 광고하길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피넛 브리틀이 장수의 비결"이라며 버크셔의 자회사 씨즈캔디가 만든 제품을 유머스럽게 광고했다.

진짜 장수(올해 1월 99번째 생일을 보냈음)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멍거는 육군항공대 시절 강제적으로 운동한 것 이외에는 의식적으로 운동을 한 적이 없다며 운동 없이 99년을 건강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멍거의 태도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호주의 한 질문자가 2024년 멍거가 100살이 되는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그날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할지 물었다. 멍거는 "요즘 침대에서 일어나면 휠체어에 앉는다"며 노년기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면서도 죽음보다는 그게 낫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슬퍼질 때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훨체어에 앉아서 미국을 12년 동안 통치한 사실을 생각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훨체어를 오래 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멍거의 낙관주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내년 100살을 맞는 멍거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