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사진=뉴시스
대법원이 지난 3일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대법원 규칙)을 입법예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의 밀행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크다. 개정안의 골자는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검사도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 근무하는 검찰 간부는 "심문 참석자는 중요한 압수 대상물, 수사 계획을 알게 된다"며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피의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집행계획까지 공개하는 것은 '이것, 저것 미리 없애세요' 알려주는 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사전심문제도는 결국 돈 있고 힘 있는 사람과 법원 전관 변호사들에게만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곧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는 유력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관들의 영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직 차장급 검사도 "법원이 '필요한 때' 열겠다고 한 심문이 서민 대상 사건에서 얼마나 열릴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입법예고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대검은 "규칙 개정에 관해 어떠한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검에 근무하는 검사는 "'통상 대법원규칙 등의 제·개정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관계기관과는 공식 입법예고 전 협의를 해왔다"고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입법예고 내용을 보고 "말이 되느냐"며 "각 기관 업무나 국민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규칙을 바꾸면서 의견도 묻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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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규칙 내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 A 검사는 "대법원 규칙은 법원 내 업무처리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다른 기관 소속인 검사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러 기관에 강제력을 발휘하는 절차를 만들고자 했다면 형사소송법 등 법 개정을 통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채은 변호사는 "상위법보다 더 심한 규제를 위임 규정 없이 규칙으로 만들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형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 관계인을 심문한다는 등 규정이 없는데, 대법원 규칙에 이 같은 내용을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말이다.
하 변호사는 "참관인이 동행해야 하며, 압수 범위를 특정해야 하는 등 현재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고, 사생활 침해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개정안 도입 시) 수사에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도 "형사소송법상에는 대면심리제도 도입의 근거가 젼혀 없다"며 "압수수색 전 피의자 심문을 하면 수사가 좌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