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딜레마'에 빠진 대학등록금..내년 인상률 5.54%까지 가능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3.02.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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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률 상한 추이. 2023년의 상한은 4.05%이고, 2024년의 상한은 5.54%(정부 전망치 기준)으로 예상된다.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률 상한 추이. 2023년의 상한은 4.05%이고, 2024년의 상한은 5.54%(정부 전망치 기준)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학들이 빠르면 올해 1학기부터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등록금 인상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에 연동된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도 고물가 상황에서 마땅한 제어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이하 인상률 상한)은 5.54%로 예상된다. 2010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대학 등록금의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2.5%, 5.1%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방향 기준으로 3.5%다.



3개의 인상률을 기하평균한 값은 3.69%다. 여기에 1.5배 하면 내년도 인상률 상한은 5.54%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의 대표적인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인 국가장학금Ⅱ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2012년 4.95%였던 인상률 상한은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0%대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2020년(1.95%)과 2021년(1.20%), 2022년(1.65%)에는 1%대 인상률을 보였다.

대학들은 인상률 상한이 낮은 상황에서 지난해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인 상황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수입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굳이 국가장학금Ⅱ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1%로 치솟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를 반영한 올해 인상률 상한은 4.05%다. 인상률 상한이 4%대로 높아진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장학금Ⅱ 지원금액과 비교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등록금 인상폭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주요 교육대학들은 인상률 상한에 맞춰 올 1학기 등록금을 올렸다.

사립대학 중에서도 부산의 동아대가 올 1학기 등록금 인상률을 3.95%로 결정했다.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대학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상률 상한이 커지는 내년 이후에는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4년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도 내년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비율이 39.47%에 달했다.

교육부는 당장 등록금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가장학금Ⅱ와 연계한 등록금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도 정비 등 대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각 대학에서 아직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내년 기조까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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