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HD현대 부스. HD현대가 선보인 접이식 돛을 단 친환경 미래 선박에 많은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HD현대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다 위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외 조선사들이 돛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돛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해상환경 규제가 강화돼서다.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돛이 부상했다. 과거처럼 큰 천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선체에 세로로 노 모양의 구조물을 세워 뒷바람을 이용, 추진력을 얻는다. 회전하는 물체에 바람이 닿으면 발생하는 기압 차이를 이용하는 원기둥형 돛도 연구 중이다. 맞바람 저항을 줄이기 위해 돌리거나, 접안을 위해 접는 연구도 진행된다.
최근 노르웨이·스웨덴 자동차선사 왈레니우스 윌헬름센(Wallenius Wilhelmsen)이 2027년까지 돛을 단 자동차운반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싱가포르 버지벌크(Berge Bulk)도 돛 상선 도입을 결정하고 자체 개발 중이다. 자국 또는 이웃한 국가의 조선·기자재 회사 및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실증에 나선다. 일본·중국계 선사들도 조선사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도입을 준비한다.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유럽·일본·중국에 비해 가장 앞선다. 국내 주요 조선사 가운데서는 HD현대가 가장 발 빠르다. 작년 8월 국내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관련 설계승인을 획득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HD현대 부스에서도 접이식 돛을 단 친환경 미래 선박 모형을 중앙에 전시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2030년 상용화 예정인 이 선박의 선수부에는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이, 선미부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각각 적용된다. 에너지 효율 극대화가 핵심이다. 미국 NBC가 CES 2023 개막 소식을 알리는 리포팅 배경으로 3100여개 참가기업 가운데 HD현대 부스를 점찍었을 정도로 현지 관심도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경남 거제에 세계 최초 '로터 세일(Rotor Sail) 실증센터' 구축을 추진한다. 오는 3월 착공해 2026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2019년부터 시스템 자체 개발을 진행해온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실증센터 착공을 계기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래 선박은 고효율·친환경 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재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대형 돛을 어떻게 설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접이식 방식이 사용되거나, 개발 중에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돛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