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회장은 취임 바로 다음날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가전 분야 협력회사인 '디케이'를 찾으며 상생을 강조했다. 약 열흘 후에는 부산 소재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중소기업이다. 이 회장은 당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도 챙겼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사업장을 찾고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UAE 출장에선 현지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따로 개최했다. 이 회장은 평소 일선 직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으며 대화를 자주 나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2년 6개월 징역형을 확정받고 취업제한으로 공백기를 보낼 때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없음을 가장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난해 30일 동남아 출장 후 돌아오면서 신년 경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죠'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사업장을 챙기고 해외 협력사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올해 이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M&A)등 총수 결단이 필요한 '빅 이벤트'를 실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의 M&A는 2016년 하만 인수 후 멈춰있다.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 말 반도체와 가전, 모바일 등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들이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은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97% 감소했다. 2012년 이래 10년만 최저 수준의 분기 영업익이다. 같은 기간 모바일부문(MX) 역시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매출과 이익 모두 하락했고, 가전 부문은 적자전환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을 제외한 4대 그룹 총수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