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초상화가 담긴 호주 5달러 지폐/사진제공=게티 이미지
호주연방준비은행(RBA)은 2일(현지시간) 영국 찰스 왕세자가 호주 5달러 지폐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분홍색 폴리머 화폐를 호주 원주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포스트-엘리자베스' 시대의 호주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움직임"이라며 "수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의 토착 유산과 문화를 보다 깊이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밝혔다.
입헌군주제 폐지 지지자들은 여왕의 사망을 호주 정치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결정적 계기로 봐왔다. 지난해 취임한 앤서니 알바네세 총리의 노동당 정부 하에서 호주와 영국 간 마지막으로 남은 식민지 관계를 해소하자는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호주는 앞서 1999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55%가 공화국이 되자는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여왕의 죽음이 호주에서 군주제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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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야당인 자유당의 피터 더튼 대표는 "화폐에서 군주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것은 호주의 '침묵하는 다수'를 화나게 할 것"이라며 "우리의 시스템, 사회와 제도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라고 반대했다.
한편, 영국 왕실은 호주 파운드화 시대 화폐에 처음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는 1953년 호주 1파운드 지폐에 처음 등장했고 1966년 십진법이 시행된 후 호주달러 지폐로 옮겨졌다. 이어 1992년 동전으로 대체되고 다시 5달러 지폐에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