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신현송 "올해 환율 안정화…韓 수출 개선 기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02.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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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BOK-KCCI 세미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에 참석해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BOK-KCCI 세미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에 참석해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 등 경제 석학들이 올해 미국 등 주요국가의 긴축 기조가 종료되면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둔화됐던 수출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물가상승 압력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 美 추가 긴축 가능성↓…환율 안정될 것"
1일 이 총재와 신 국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서 대담을 통해 국내외 경제 변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올해 환율 향방을 묻는 이 총재의 질문에 신 국장은 지난해 3분기처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급등하는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환율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정책이 큰 몫을 차지한다"며 "인플레이션 (둔화가) 가장 급선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강도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0.75%포인트(p)를 인상한 뒤 같은 해 12월에도 0.5%p를 올렸던 연준이 올해 첫 FOMC에서는 인상 폭을 낮출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물 금리로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가늠하는 미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기준 투자자들은 이달 FOMC에서의 0.25%p 인상 가능성을 98.7%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선다면 지난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급등했던 달러화 가치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 국장은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앞으로 큰 폭으로 뛰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안정된다면 추가로 금융 긴축은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 물가가 변동이 없는 한 추세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많이 올라간 달러 가치가 안정화되지 않겠냐는 전제"라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BOK-KCCI 세미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에 참석해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회 BOK-KCCI 세미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에 참석해 신현송 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달러 약세, 수출 반등 기회
신 국장은 달러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 국장은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고 정점을 찍고 내리막으로 내려왔을 때는 (한국) 무역도 지난해 가을에 급속도로 악화했듯 그 반대로 예상보다 더 빨리 개선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실제 추이를 보면 강달러가 지속될 때 무역량이 줄고 약달러 흐름일 때 교역량이 늘어나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국 통화가 절하(환율 상승)되면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기존 이론에 반대되는 조사 결과다. 신 국장은 "지난해 가을부터 달러 강세로 전환되면서 수출이 감소했다"며 "결국 금융자산이 증가하고 여건이 수월할 때 오히려 무역이 급속도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의 결과 달러화 가치는 빠르게 상승했으나 10월 이후부터는 하락으로 전환했다"며 "달러화 가치하락이 수출개선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 신 국장은 중국 경제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펜트업(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 소비가 원유 등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소비가 크게 반등하면서 전세계 경기를 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유가 등 원자재 수요를 자극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동시에 커진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전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5.2%로 크게 올렸다"며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2%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0%로 성장하면서 올해 성장률도 5%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여행객이 많이 오면 (우리나라)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경제의 기술적 반등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밝혔다. 신 국장은 " 한국과 중국 간의 무역 관계는 중간재 수출·수입이고, 글로벌 가치 사슬의 중요한 두 나라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중국의 낮은 임금이 올라가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은에서는 지난 20년간 중국 특혜를 누렸던 한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美·유럽 연착륙 가능성…韓도 상황 나아져
신 국장은 미국과 유럽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균형을 다시 찾고 어느 정도 경기를 가라앉게 할 수 있다면 미국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럽은 아직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달러 가치와 원자재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예전에는 기대할 수 없던 연착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올해 경제의 경로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 위원은 세미나에서 "올해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전망을 상향했듯이 조금은 반등의 조짐은 보이지 않나 싶다"며 "올해 성장이 지난 1월(금통위에서) 봤던 전망보다는 다소 나을 것으로 개인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망치 1.7%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날 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신 국장 말씀처럼 달러 강세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경상수지도 개선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말씀을 믿는다"며 "단기적으로 무역·경상수지가 나빠지더라도 중반기와 하반기를 넘어서면 좀 편안하게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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