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만 月1000만원' 백혈병 환자 "휴~"…내일부터 月50만원, 건보 적용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1.31 14:14
글자크기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벤클렉스타', 내달 1일부터 급여
한 달 치료 비용 최대 1000만원… 급여 이후에는 환자 부담금 '5%'

'약값만 月1000만원' 백혈병 환자 "휴~"…내일부터 月50만원, 건보 적용


한달 투약비가 1000만원에 달하던 한국애브비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에 대해 오는 1일부터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 75세 이상 고령층과 고강도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준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 부담금은 월 40만~50만원 수준으로 완화된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벤클렉스타+데시타빈(decitabine) 병용요법'과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azacitidine) 병용요법'이 급여 적용을 받는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 75세 이상 혹은 고강도 항암 치료에 적합하지 않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가 처방 대상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이 걸리는 가장 흔한 유형의 백혈병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4만명이 병에 걸리며 이 중 10만여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환자 생존기간은 9개월 정도이며 5년 생존율은 29%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어려운 데다가 강도가 약한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80세 이상 환자에게서는 0%다.

고령 환자는 고강도 항암화학요법을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저메틸화제'로 불리는 데시타빈과 아자시티딘이라는 약제가 사용되는데 치료 반응률은 50%에 불과하다. 50% 치료 반응도 1년간 유지될 뿐 2년이 넘어가면 10% 미만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벤클렉스타가 개발되면서 이들 환자 치료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벤클렉스타는 B세포 림프종-2(BCL-2·B-cell lymphoma-2) 억제제다. BCL-2는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물질이다. BCL-2이 과발현하면 암세포 사멸도 어렵게 된다. 벤클렉스타는 BCL-2 물질을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허가 근거가 된 연구(임상명: VIALE-A)에 따르면, 벤클렉스타+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을 투약받은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은 14.7개월이다. 위약 병용군의 9.6개월 대비 생존기간이 5개월 늘어났으며 사망 위험은 34% 감소했다. 암이 사라진 비율인 완전관해율은 37%로 대조군의 18%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벤클렉스타는 2021년 1월 우리나라에서 허가받았다. 2년이 지나서야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어오면서 더 많은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급여 이전에는 환자가 부담해야 할 벤클렉스타 투약 비용이 한 달에 약 800만원 이상이었다. 벤클렉스타 허가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복용 이후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월 800만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부담"이라며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제환 서울아산병원 진료부원장(혈액내과 교수)은 "벤클렉스타를 하루 400㎎을 투약해야 하는데 그러면 너무 비싸진다. 아자시티딘 약값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최대 1000만원까지 든다"며 "항진균제를 같이 넣어 벤클렉스타의 사용 용량을 줄여 한 달 평균 400만~600만원 정도 될 수 있도록 약값을 조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조혈모세포 이식이 목표인 환자는 이식 전까지 몇 개월만 써도 되지만, 이식이 안 되는 환자는 10~12개월 정도 써야 하니 큰 부담이 됐다"며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는 고령 환자와 집중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은 거의 다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용 이후에는 항암제 사용에 중증질환 산정특례가 적용된다. 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5%로 줄어든다. 월 40만원에서 5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