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뉴스1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긴급조치 1·4호 위반으로 체포됐던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1·2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2008년 불법 구금 등에 대한 보상금을 받는 등 피해를 현실적으로 인지한 뒤에도 소멸시효 3년을 훨씬 넘긴 2019년에야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1·4호 피해자인 A씨에 대해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소송 제기 당시까지도 A씨가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만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977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B씨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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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금·기소돼 1977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석방됐다. 항소심 법원은 1980년 긴급조치 9호가 폐지됐다는 이유로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함)를 선고했고 면소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어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면 국가 대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자 B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20년 B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고 B씨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두 판결을 통해 긴급조치 1·4·9호 피해자의 구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