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시대에 갇힌 국민연금..인구변수에 빨라진 소진시점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3.01.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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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개혁바퀴 올라탄 국민연금②

편집자주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국민연금 고갈시점(2055년)이 담긴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급격한 저출산 현상으로 5년 전과 비교해 2년이나 앞당겨졌다. 과거 정부가 연금개혁을 외면한 만큼 국민연금의 재정 상황도 악화됐다. 당장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담긴 숫자들의 의미를 짚어봤다.

초저출산 시대에 갇힌 국민연금..인구변수에 빨라진 소진시점


국민연금의 예상 소진시점이 2년 빨라진 것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저출산·고령화 등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의 변화는 국민연금 재정에 악재로 작용했다.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들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전망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국민연금 소진시점을 늦출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나선다. 5년 전 2057년으로 제시된 국민연금 소진시점은 지난 27일 발표에서 2055년으로 나왔다. 국민연금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수지적자 시점도 2042년에서 2041년으로 앞당겨졌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변수는 크게 '인구'와 '경제'로 나뉜다. 인구변수는 합계출산율, 기대수명, 국제순이동 등을 고려한다. 기본 정보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가정을 활용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도 지금까지 5년마다 이뤄졌는데, 추계가 이뤄질 때마다 합계출산율 전망은 비관적으로 나왔다.

가령 이번 추계에 반영된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2030년 0.96명, 2040년 1.19명이다. 5년 전 추계에선 2030년 1.32명, 2040년 1.38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하락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줄고, 그만큼 보험료 수입도 감소한다. 반면 5년 전과 비교해 기대수명 전망치는 상승하며 국민연금 재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경제변수도 항목별로 유의미한 변화가 눈에 띈다. 향후 70년으로 설정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실질경제성장률의 평균 전망치(이하 평균치)는 0.7%다. 5년 전에는 1.1%였다. 국민연금 수입에 큰 영향을 주는 실질임금상승률 평균치도 같은 기간 1.9%에서 1.7%로 떨어졌다. 국민연금 지출에 영향을 주는 물가상승률은 평균치가 2.0%로 동일했다.

잿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국민연금의 체력을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지출 비율 전망치는 5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80년을 기준으로 할 때 9.4%로 동일하다. 고령화의 여파로 급여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경제규모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현재 서구 국가들의 평균적인 지출 수준은 GDP의 10%"라며 "2080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비율이 높은 상황인데도 현재 서구 국가들 수준보다 낮은 공적연금 지출이 예상된다는 점은 결코 국민연금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향후 급여지출이 많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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