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연봉 1000만원 가치"…회사 복귀령에 곳곳서 마찰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3.01.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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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재택 중에도 실적 좋았는데 왜 사무실 출근해야 하나요?"

"재택할 이유(코로나19)가 끝났는데 왜 출근을 안 해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선도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ICT(정보통신기술)업계가 올해부턴 '회사 복귀령'을 내렸다. 지난 2년간 뉴노멀이 된 재택근무가 종료하자 곳곳에서 노사간 마찰이 불거진다.



6개월 만에 전면 재택근무를 종료하기로 한 카카오 (47,450원 ▲50 +0.11%)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카카오 본사 직원 수가 3603명인데, 노동조합 가입자가 1900명에 달하면서 '과반 노조' 달성을 눈앞에 뒀다. 노조는 1년에 4차례나 바뀐 '오락가락 근무정책'을 지적한다. 하지만 사무실 복귀 정책이 기폭제가 된 측면도 크다. 이미 3N(넥슨·엔씨소프트 (171,300원 ▼1,200 -0.70%)·넷마블 (53,500원 ▲400 +0.75%)) 등 지난해 6월부터 전원 사무실 출근 중인 게임사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직원들 사이에서 재택근무는 '복지'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개인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데다, 불필요한 회식과 감정노동도 사라져서다.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MZ세대 사이에선 '전면 재택은 연봉 1000만원의 가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무실 출근을 시작한 30대 직장인은 "저녁이 있는 삶이 사라졌다"라며 '엔데믹 블루'를 토로했다.



'재택=복지'로 여겨지다 보니 노노갈등도 벌어진다. 산업 구조상 전면 재택이 어려운 건설·금융·제조업 종사자나 같은 회사에서도 재택이 어려웠던 직군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건설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같은 돈을 받는데 특정부서만 출근 압박이 없는 건 불공평하다"라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지는데 출근하라는 게 왜 문제인가"라고 꼬집었다.

생산성 떨어지는 재택근무…"어떤 장점도 없다"
/사진=경총/사진=경총
반면 경영진들은 재택근무를 비효율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100대 기업(66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시 근로자 업무생산성이 정상출근 대비 80~89%에 불과하다고 응답한 곳이 30.6%로 가장 많았다. △70~79%는 21% △70% 미만은 19.4%로, 약 70% 이상이 재택근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해외에선 대놓고 재택근무를 저격한다. "재택근무엔 그 어떤 장점도 없다"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주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으면 테슬라를 떠나라"던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재택근무를 폐지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최고경영자)도 "창조성이 핵심인 콘텐츠 산업에서 동료와의 협업은 대체 불가능하다"며 3월부터 주 4회 이상 출근토록 했다.


특히 출시일을 앞두고 고강도 협업이 필요한 콘텐츠 업계에선 재택근무를 장애물로 본다. 엔씨소프트 (171,300원 ▼1,200 -0.70%)는 2021년 실적 발표 당시 신작 출시 지연 배경으로 "재택근무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 생산성에 차이가 없게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효율성 제고'가 최대 과제가 된 만큼 관리감독이 어려운 재택근무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사무실 복귀령에 핵심인재 '줄퇴사' 할라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장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승욱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지회장이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만 섣불리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넥슨의 경우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인원이 급증했는데, 이를 사내 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면서 "업무환경이 쾌적하지 못하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 IT기업 인사담당자는 "재택근무 덕분에 증가한 인원만큼 사무공간을 늘리지 않아도 됐다"라며 "전원 출근 시 임대료가 더 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칫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에서 스카우트한 머신러닝 전문가 이언 굿펠로는 지난해 애플이 주3회 출근을 강제하자 회사를 떠났다. 또 올 초 글래스도어가 발표하는 '2023년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100위권 밖으로 처음 밀려났다. 재택근무 축소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서 애플 직원 56%는 출근 강요로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에 사무실로 출근하더라도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등 근무환경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거나 '완전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IT기업 관계자는 "출근하더라도 상사와 떨어져 일하길 원하는 등 지난 2년간 조직문화가 180도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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