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고액알바의 덫②]"너가 신고하면 나도"...신고 어렵게하는 사기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3.01.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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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SNS에서 여성을 상대로 '고액알바·부업'을 가장한 사기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피해를 복구하기도 사기꾼을 잡기도 어렵다.'피해금을 돌려 받아주겠다'는 2차 사기도 흔하다.사실상 복구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다.

최근 SNS상에서 로맨스스캠, 카지노 대리베팅 등 사기 피해자들에게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한다며 공문서를 위조해 전송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최근 SNS상에서 로맨스스캠, 카지노 대리베팅 등 사기 피해자들에게 영업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한다며 공문서를 위조해 전송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온라인 상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피해자가 피해를 알아차리고 신고를 하려고해도 이들은 공문서까지 위조한다. 사기조직은 경찰과 검찰 또는 법원의 문서를 위조해 '영업을 방해했다'거나 '도박에 참여했으니 신고자도 함께 고소하겠다'며 피해자의 신고를 막는다.

30대 회사원 전모씨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을 통해 한 장의 고소장을 받았다. 법무인 김○○이 수원지방법원에 보낸 형태의 고소장에는 영업방해죄로 전씨를 고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씨는 '채팅환전'사기 피해자지만, 사기 피의자들이 거꾸로 전씨를 고소한다는 내용었다.



앞서 전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자신을 금융회사 대표라고 소개한 주모씨를 만났다. 일본 출장 중이라는 그는 전씨에게 호감을 보였고 온라인 메신저로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알게된 지 한 달쯤 됐을 때 주씨는 '내가 ㅇ채팅사이트에 포인트로 1700만원을 충전해 놨다"며 "나 대신 환불받아 달라"고 말했다. 남성회원은 환불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주씨가 포인트를 충전했다는 ㅇ사이트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모방해 회원들이 여성 방송인과 채팅을 하며 포인트나 선물을 보내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주씨는 전씨에게 ㅇ사이트에 가입해 방송방을 열면 자신이 17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선물로 보내겠다고 했다.



전씨는 해당 사이트에 가입해 주씨로부터 포인트를 받은 후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자 사이트 상담원이라는 사람은 '신규회원은 환불이 안 된다"며 "50만원을 충전해 골드등급으로 승급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후 해외은행 수수료, 사이트 예수금, 가상계좌에 예정된 금액과 미일치, 고액 환전에 따른 인증 비용 등을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1750만원을 요구했다. 전씨는 이 돈을 모두 보냈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여러 차례 송금에도 포인트 환불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해 항의하자 ㅇ사이트 관리자는 "회사공금이 동결돼 법무팀을 통해 고소하겠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고소장을 보냈다.

전씨가 단시간에 많은 금액의 코인 환전을 신청하고 수차례 입금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자사공금 8922만원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ㅇ사이트측은 제재에 따른 영업방해 손실 30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 1922만원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ㅇ사이트 관리자는 "회사 공금은 어떻게든 받아내겠다"며 이미 1750만원의 피해를 입은 전씨를 협박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로맨스스캠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부업', '고액알바' 등을 홍보하며 이른바 카지노 대리베팅을 요구하는 사기조직들이 최근에 피해자 신고를 막기 위해 사용한 수법들이다.

해외에 체류 중이며 연인을 가장해 특정 사이트의 포인트 또는 코인을 충전(또는 환급)해 달라며 접근하는 로맨스스캠과 고수익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대리베팅은 모두 '환전'을 거치는 사기 수법이다.

대리베팅 방식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으로 자신이 '정상급 플레이어'로 소개하며 자신의 카지노 사이트 계정에 충전하면 빠르게 수익을 내 환전해 주겠다고 속인다. 또는 '카지노 사이트를 해킹해 무조건 게임에서 이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처음엔 10만원~50만원 수준의 소액을 투자한다. 사기조직들은 사이트를 조작하거나 합성한 이미지 등을 보여주며 몇시간 만에 수십배 수익을 낸 것 처럼 피해자를 속인다. 피해자가 출금을 요구하면 본인인증, 수수료 등 명목으로 추가금액을 요구하는 식이다.

경북 경주에 사는 회사원 장모씨는 지난해 대리베팅 사기로 1억2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이후 온라인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장씨는 "예전에 서아프키라 조직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로맨스스캠 방식의 사기가 채팅환전, 대리베팅 등의 수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자신도 도박에 참여했다는 협박을 받기도 하고 고소를 위해 찾아간 경찰에서도 도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고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사기조직이 피해자들을 영업방해로 고소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기범죄에 이용되거나 불법영업 행위는 영업방해죄 적용대상이 아니다. 온라인상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형태의 카지노 사이트는 불법이다.

대리베팅의 형태에 따라 사기 피해자들도 처벌 받을 수 있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에 대해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실에서 도박과 사기도박이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며 "사례에 따라서 신고자가 도박에 참여한 행위가 입증되면 사기 피해와 별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맨스스캠과 환전사기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최지현 법무법인 사유 대표 변호사는 "피해자들 중에는 대리베팅 알바 제안을 받고 홀짝 등 온라인 도박에 직접 참여한 경우도 있다"며 "이럴 경우 도박죄로 의율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단소송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도박에 직접 참여했다 하더라도 피해액이 크다면 도박죄로 처벌받더라도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할 순 있지만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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