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벌링게임에서 북미 웹툰산업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그런 그가 2년 전 흑발로 돌아왔다. 해외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만큼 대표로서 신뢰감과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일까.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김 대표는 "미국 진출 초기 파트너에게 동양인인 나를 기억시키기 위해 금발로 염색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이 나를 먼저 기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검은색으로 돌아가도 될 만한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준구 대표는 왼쪽 사진보다 더 노랗게 탈색했다가 지난 2021년 머리색을 바꿨다. /사진=네이버웹툰
특히 구글에서 웹툰 키워드 검색량이 기존 디지털만화를 뜻하는 '웹코믹스'를 크게 앞지르고, 미국 3대(아이스너·하비·링고) 만화시상식을 네이버웹툰이 석권하는 것은 문화산업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김 대표는 "DC코믹스·하이브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은 '슈퍼캐스팅' 프로젝트의 80%는 상대에서 러브콜을 보냈다"라며 상반기 글로벌 대형사와의 협업을 예고했다.
네이버웹툰 영어 서비스 출시 후 구글 트렌드에서 '웹툰' 키워드 검색건수가 '웹코믹스'를 앞질렀다. /사진=네이버웹툰
김 대표는 "매일 현지 작가 400명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 한 번 받지 못했다"라며 "작가 1, 2명을 영입하기 위해 발로 뛰었는데 이제는 네이버웹툰 문을 두드리는 아마추어 창작자만 12만명이 넘는다"라고 자랑했다. 이처럼 웹툰작가로 몰리는 이유는 경제적 보상이 따라서다. 네이버웹툰은 2020년부터 현지 작가들에 월평균 총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현지 1세대 작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에선 웹툰작가가 네이버에서 3년 이상 살아남으면 집을 산다는 네 이야기가 사기인 줄 알았는데, 오늘 집 매매계약을 했다. 약속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하더라"라며 "교사·회계사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지원할 정도로 한국에서의 성공 히스토리가 미국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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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지향점은 '아시아에서 시작한 글로벌 규모의 포스트 디즈니'다. 이는 단순 디즈니처럼 인기 IP를 많이 확보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유명 IP를 전 세계로 확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김 대표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 플레이어가 IP를 찾기 위해 방문하는 스토리 테크 플랫폼이 되겠다"가 강조했다.
"불황에 강한 웹툰…북미 IPO 예정대로 추진"
네이버웹툰이 LA 코믹콘에서 진행한 현지 작가 팬 사인회. /사진=네이버웹툰
김 대표는 "카카오엔터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기대감이 부담스럽다"면서도 "해외상장으로 국부에 도움 된다는 측면도 있어 1등 회사로 어느정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툰은 스낵컬처(짧은 시간에 소비하는 콘텐츠)로 불황에 강한 사업"이라며 "엔데믹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계획대로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다.
숙제도 많다. 여전히 미국시장은 웹툰산업이 성숙한 한국 대비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미국의 페잉유저(과금이용자)는 54만1000명으로 한국의 10%, 일본의 30%에 불과하다. 한국은 MAU의 26%가 결제로 이어지지만, 미국은 4%에 그친다. 주요지역 중에서도 미국 사업의 영업손실(-218억원) 규모가 제일 컸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웹툰도 주류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10~20대 초반 사용자가 구매력을 가지면서 산업 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미국 이용자의 80%가 MZ세대로 한국의 성장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10년 후엔 미국에서 웹툰의 지위도 한국과 유사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