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수십중 추돌...블랙아이스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3.0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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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방향에서 발생한 47중 추돌사고의 원인은 블랙아이스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아스팔트 사이에 스며들었던 비나 눈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하는 현상이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로 불린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사고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아이스에 차량이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 제동이 되지 않고 핸들 조향 능력까지 잃어버린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블랙 아이스 교통사고 사망자는 170명,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는 46명이었다.



블랙아이스는 언제, 어느 곳에 생길지 몰라 경고판이나 전광판을 세울 수도 없다. 블랙아이스가 주로 발생하는 지점에 열선을 깔아 도로가 얼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비용이 문제다. 전국의 도로만 11만km가 넘는다. 고속도로로 한정하더라도 4700km 이상이다.

블랙아이스로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나 도로관리자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어렵다. 국가배상법은 도로 같은 영조물 관리부실로 하자가 발생할 경우 배상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 결빙의 직접적인 원인이 도로관리자에게 있는지 않는 이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2019년 12월엔 경북 군위군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발생한 21중 추돌사고가 발생,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당시 비가 내렸고 기온이 떨어져 결빙이 충분히 예상됐다. 경찰은 도로관리기관이 제빙작업에 제대로 나섰는지 등 대처가 적절했는지 수사했다. 경찰은 도로관리업체 직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학계를 중심으로 블랙아이스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도로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는 날 운전자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코너를 돌 때는 감속하며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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