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국서도 임신중절약 판매...한국은 도입 불발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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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약국서도 임신중절약 판매...한국은 도입 불발


미국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낙태)약'의 접근성을 높인다. 지난해 7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례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대안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낙태죄가 폐지됐으나 약물 도입이 요원하다. 임신중지약품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현대약품 (3,780원 ▼20 -0.53%)이 최근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며 도입이 불발됐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여성 건강을 위해 정부가 품목허가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먹는 임신중지약 성분 중 하나인 '미페프리스톤'의 약국 제조와 판매를 허용했다. 미페프리스톤은 자궁내 착상한 태아를 떨어뜨리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치로 동네 약국이나 월그린 등 대형 소매약국 체인에서 미페프리스톤을 조제할 수 있게 됐다. 환자는 의사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구매할수 있다.



진료부터 약 수령까지 소요 기간이 최대 수 주에서 하루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미페프리스톤은 반드시 의사에게 받아야 했다. 의사로부터 처방과 제조를 받아야했다. FDA는 2000년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고 2021년 원격진료 후 우편 혹은 약국 수령을 허용했다.

이는 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한 것에 대한 '플랜B' 조치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여성의 낙태 권리를 허용한 로 대 웨이트 판결을 50년만에 뒤집어 임신 중지가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장벽을 낮추는 반면, 국내에서는 복용이 불법이다. 지난 2021년부터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아직 낙태 허용 기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다가 허가 받은 임신중지약이 없어서다. 판매와 구매 모두 불법이다.


현대약품 (3,780원 ▼20 -0.53%)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의 경구용(먹는)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유산된 태아를 밖으로 배출하는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됐다. 회사는 2021년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후 1년5개월간 심사를 진행하다가 지난해 12월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식약처가 요구한 보완 자료를 갖춘 후 재신청한다는 이유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식약처가 요구한 보완자료 중 일부가 처리 기한 내 제출이 어려워 구비 후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재신청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미프지미소 허가에 제동을 건다. 임신중지 허용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 허가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수술이 유일한 임신중지 방법인 셈이라 약물 도입에 반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임신 중단 경험자 602명 중 477명(79%)이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비급여라 병원마다 비용이 다른데 통상 50만~80만원 수준이다.

입법 공백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임신 중단 경험자의 31%인 189명이 의약품을 구입해 임신을 중단했다. 수술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사회적 낙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약물 구입 비용은 수술 비용의 절반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는 여성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는 조속하게 미프지미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허가 신청 자진 철회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약을 이용한 임신 중지를 원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방치해 왔다"면서 "조속히 도입하고 의약품으로서 처방 기준을 정하면 되는 문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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