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를 피할 수 없던 시장에서 개미를 울린 대표 종목은 카카오그룹주였다. 카카오는 소액주주만 200만명이 넘는 '국민주'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2021년 8월 카카오뱅크에 이어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를 차례로 상장시켰다.
문어발 상장의 업보였을까. 카카오 그룹주는 올 들어 60~70% 폭락했다. 자회사의 상장은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고 주주간 이해상충을 초래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문어발 상장이 계속되는 한 카카오그룹주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온하트를 상장하려다 공분을 샀다. 논란 속 결국 상장을 보류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는 같다"고 선언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다른 그 어떤 약속보다도 진정성 있는 CEO의 발언이 투자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어발 자회사 상장과 상속을 위한 주가 억제가 일반화된 한국 증시서 남다른 길을, '메리츠의 길'을 택한 것이다.
힘겨웠던 2022년 증시가 폐장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주주를 위해 복무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면 돈이 삭제된다는 '카카오의 교훈'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