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미 울린 카카오 vs 개미 모신 메리츠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12.3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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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개미 울린 카카오 vs 개미 모신 메리츠


2022년 주식시장은 험난했다. 지난해말 3000선 부근에서 폐장한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25% 급락했다.

포화를 피할 수 없던 시장에서 개미를 울린 대표 종목은 카카오그룹주였다. 카카오는 소액주주만 200만명이 넘는 '국민주'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 2021년 8월 카카오뱅크에 이어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를 차례로 상장시켰다.

문어발 상장의 업보였을까. 카카오 그룹주는 올 들어 60~70% 폭락했다. 자회사의 상장은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고 주주간 이해상충을 초래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문어발 상장이 계속되는 한 카카오그룹주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온하트를 상장하려다 공분을 샀다. 논란 속 결국 상장을 보류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카카오와 반대로 지난 11월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든다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상장 자회사 2개를 흡수해 상장 모회사 1개만 남기는 결정이다. 카카오처럼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는 문어발 트렌드가 일반화된 한국 증시서 정반대의 길을 택한 의사결정에 주주들은 축배를 들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는 같다"고 선언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다른 그 어떤 약속보다도 진정성 있는 CEO의 발언이 투자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어발 자회사 상장과 상속을 위한 주가 억제가 일반화된 한국 증시서 남다른 길을, '메리츠의 길'을 택한 것이다.



카카오는 올초 대표이사로 내정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불거지며 사퇴했다. 이후 카카오 주가가 급락하자 지난 2월 류 대표 대신 선임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인센티브를 보류하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카카오 주가 5만원대가 깨진 지난 10월 사퇴했다. 약속은 허언에 그쳤다.

힘겨웠던 2022년 증시가 폐장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주주를 위해 복무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면 돈이 삭제된다는 '카카오의 교훈'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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