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기온이 4도까지 떨어진 23일 길거리 풍경. / 사진 = 중시뉴스
대만 북부 신뻬이 시에 거주하는 A씨(30)는 겨울이 오면 집 안에서도 장갑과 외투를 착용한 채로 생활한다. 영상 10도 안팎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나온다는 뉴스가 잇따르지만, 별다른 난방용품이 없어 온 가족이 겨울 내내 외출복을 입는다. A씨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날씨가 더 추웠는데 건물 안이 따뜻해 신기했다"라며 "핫팩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뉴스에서 소개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파에 '난방' 관심 늘어났지만…아직 걸음마 단계인 '따뜻한 가전'
/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대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영상 4~8도의 기온에도 사망자가 잇따르는 것은 섬 지형 특유의 습도 때문이다. 겨울에도 제습기를 가동할 정도로 습한 기후가 지속되다 보니 기온이 조금만 낮아져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탓이 크다. 여름 기온이 40도 언저리까지 치솟고, 극지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보다 추운 날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난방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타이페이의 한 가전 매장에도 난방용 가전을 구매하려는 발길이 잇따랐다. 주로 난로나 전기 담요 등 소형 가전을 찾거나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히터나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찾는 사람은 적었다. 아직 실내 난방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매장 관계자는 "히터 제품이 있긴 하지만 구매·문의가 다른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며 "방을 온풍으로 덥힌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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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난방 가전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현지 업계는 난방 가전 시장을 여름용 에어컨 시장의 10분의 1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대만 공업기술연구원과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대만 에어컨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425억 대만달러(한화 약 1조 77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난방 가전 시장은 약 38억~40억 대만달러(약 1700~20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적다.
93.72%에 달하는 에어컨 보유 가구 비율과 에어컨·히터 겸용의 하이브리드형 제품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대만 에어컨은 '싼요' '싼포' 같은 토종 브랜드나 히타치와 다이킨, 파나소닉 같은 일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냉방과 제습 성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고, 난방 성능을 갖춘 제품은 드물다. 바닥을 돌로 깔고 신발을 신는 문화가 정착돼 있어 온돌 사용도 어렵다.
냉난방 겸용의 히트펌프를 활용한 에어컨 시장이 활성화되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대만 시장에 적합하다. 현지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만에 겨울 한파가 잇따르면서 주거·업무 공간을 따뜻하게 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라며 "한 가정이 1~3층을 통째로 사용하거나 방마다 독립된 생활을 하는 주거 문화를 감안하면 난방 가전 수요 확대 폭은 가파를 것"이라고 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한국 브랜드, 적극 활용해 난방 가전 시장 선점해야"
23일 저온주의보가 발령된 대만의 모습. 통상 영상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저온주의보가 발령된다. / 사진 = 대만 기상청
태풍과 지진,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전력 수급이 빠듯한 편인 대만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을 갖춘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삼성전자가 유럽에서 지난해 대비 118% 이상 성장한 제품인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 EHS는 발생 탄소를 줄이고 효율을 개선하면서도 우수한 냉난방 성능을 갖췄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휘센 사계절에어컨'도 냉난방 성능을 겸비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대폭 올렸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젊은층인 '톈란두'(1980년대 이후 출생자) 사이에서는 기성 세대보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이 강하고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라며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인 난방 가전 시장을 선점하려면 조기에 국가 브랜드를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