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칼바람' 불던 인천공항…바쁜 일상이 돌아왔다

머니투데이 인천=정한결 기자 2023.01.0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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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맞선 K-기업들]3-항공 ①여행객들로 북적, 활기도는 인천공항

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주공항 카운터 앞에서 승객들이 체크인하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주공항 카운터 앞에서 승객들이 체크인하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다음 분 이쪽으로 오세요. 어디가세요?"

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주항공 카운터 앞에는 평일 이른 아침에도 수십여명이 줄을 섰다. 셀프체크인 키오스크 앞에도 사람들이 서서 터치스크린을 열심히 눌렀다. 카운터 뒤 직원들은 다음 승객들이 오기 전 짧은 잡담 시간에도 기존 승객의 비자와 백신 서류가 시스템에 제대로 기입됐는지 서로 확인하기 바빴다.

승객들의 짐을 컨베이어벨트에 올릴 때 담는 플라스틱 바구니도 줄곧 동나 공항 직원들이 수차례 채웠다. 곳곳에는 'TRAINEE(수습생)' 명찰을 달고 정장을 입은 열댓명이 서서 카운터 앞 분주한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IT 교육을 받으러 간다'는 한 직원은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인천공항의 흔한 일상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제주항공에서 17년을 근무한 최윤호 제주항공 인천공항지점장은 "인천공항 분위기가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부터 인천공항지점장을 맡았다.

인력 절반 넘게 사라졌던 공항…"이제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왔다"
최윤호 제주항공 인천공항지점장. /사진=정한결 기자.최윤호 제주항공 인천공항지점장. /사진=정한결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년간 공항에는 승객은 물론, 항공사 직원도 찾기 힘들었다. 최 지점장은 지난 3년을 "처참했다"고 회고한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하루 평균 운항 편수(출발 기준)가 40~50편에서 2021년 12월 기준 5편으로 줄었다.

동시에 승객을 응대할 카운터 직원 등의 일거리도 없어졌고,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조업사·협력사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했다. 그는 "일상이 한순간에 바뀌니까 분위기도 급격히 침체됐다"며 "복구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가운데 정부지원금을 받고도 버티지 못한 이들이 (협력사 인력의) 절반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허가한 지난 10월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3년간의 공백이 단 3개월 만에 코로나 이전 80%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제는 인천공항에서 하루 평균 30편, 오전에만 15편이 날아오른다. 이중 50% 가까이가 일본행인데, 탑승률은 80~90%에 달한다. 최 지점장은 "하루하루가 전쟁같이 분주한데 기쁘다"며 "일할 맛이 난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항공이 빠르게 국제선 사업을 회복한 비결로 기민한 대응을 꼽았다. 최 지점장은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지난해 10월 11일 허가했는데 제주항공은 같은달 1일부터 운항 편수를 늘렸다"며 "코로나 이전 데이터를 보고 일본 노선을 확대하려면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7월부터 상시채용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직원이 제주공항 카운터 뒤에 짐 보관용 바구니를 놓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지난달 22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직원이 제주공항 카운터 뒤에 짐 보관용 바구니를 놓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일반적으로 여객 노선을 신규 취항하거나 재운항하려면 3개월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다. 각종 허가를 받고, 판매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방역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제주항공은 3개월 전부터 대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최 지점장은 당시 추가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만 늘어 수개월 간 '몸살'을 앓았다고 토로했다. 한일 정부 역시 여행 재개 분위기만 띄우고 별도의 로드맵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언제 항공산업이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불안한 상황 속 결국 뚝심 있는 투자가 성과를 냈다.

일본 조업사에 발 빠르게 연락한 것도 주효했다. 최 지점장은 "일본 현지 조업사들에 타 항공사가 들어가기 전에 먼저 운영 재개 방침을 알렸다"며 "선점하니까 후발주자들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력이 절반 넘게 줄어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항공 조업사들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먼저 현지 인력을 선점해 타 항공사들이 노선을 기대만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달 기준 일본 노선 주 178회를 운항 중인데, 이는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다. 같은달 2위를 기록한 티웨이항공(104회)보다 1.7배 높은 수준이다.

경제 어려워도 "좋아질 일만 남았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시민들이 인천국제공항1터미널역에서 상행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시민들이 인천국제공항1터미널역에서 상행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물론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전 회복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은 아직 남았다. 부산을 제외한 대구·청주·무안 등 각 지역 공항의 경우 현지 검역 인력 부족으로 노선 재운항이 쉽지 않다. 인천공항마저 인력 부족으로 코로나 이전에 운영하던 5개 출국장 통로 중 일부만 운영하는 실정이다. 제주항공은 각 지역에 배치했던 항공기를 인천으로 돌려 일본 노선에 활용 중이지만 결국 지역 공항의 부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본·동남아와 함께 3대 노선의 한 축이던 중국이 아직도 빗장을 열지 않고 있다.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를 해제했음에도 중국 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섣불리 노선 재운항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시점이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퍼펙트스톰'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여행 수요 회복이 더뎌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최 지점장은 긍정적이다. 국제선 재운항으로 심리적 여유가 생기자 제주항공 직원들마저도 그간의 고난을 잊고 '항공사 최대 복지'를 살려 하나둘씩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최 지점장이 내년 전망이 좋아지리라 믿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일본 노선이 두 달째 탑승률 80~90%를 유지하는데 그 이유는 여행이 한국인들의 일상이 됐기 때문"이라며 "경제가 어렵더라도 여행에 대한 니즈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나빠지긴 어렵고 중국 노선 회복 등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2023년 상반기 90~ 100%의 운항 회복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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